내가 불안장애로 인한 우울증으로 병원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엄마는 대성통곡을 했다.
엄마. 나아게 불안함과 씩씩함이라는 공존하기 힘든 자질을 가보처럼 물려준 사람. 다음 날 엄마는 눈물을 그치고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그 이야기를 책으로 써."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많이 힘든가보네. 뭐가 그렇게 힘들어요?"
놀랍게도 그 말에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당황스러웠다. 나는 남들 앞에서 잘 울지 않는다. 슬픈 영화를 봐도 웬만하면 이를 악물고 참는다. 그런 내가 난생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나는 그에게 고백했다. "다 힘들어요. 일도 힘들고 아이들 키우는 것도 힘들어요. 뭐든 잘해야 하니까 더 힘들어요." 그제야 알았다. 나는 힘들었던 것이다.
책 '마음의 문제'는 작가 한수희 씨가 7년 만에 펴 낸 오리지널 산문집이다. 이 책에는 불안이 일상이 되어버린 날들 그리고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등이 담겨 있다.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작가 스스로 탐구하며 고민한 기록의 결정체다.
이 책은 40대가 된 작가가 자신에게 갑자기 찾아든 원인 모를 혀의 통증과 불안장애를 통해 마음의 문제를 마주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에게 불안을 심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막막한 미래,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불행, 가난의 기억, 언제 망할지 모르는 사업, 내 마음 같지 않은 가족들과 끝나지 않는 자식 걱정, 다른 나라의 화산폭발 소식, 반드시 다가올 노후, 심지어 SNS 속 반짝이는 다른 이들의 인생까지. 평범한 일상이라 여기고 사는 많은 장면들이 불안의 불씨인 것이다.
그런 한수희 작가는 이 책에 구체적인 현실의 장면들과 그 속에서의 캐치한 감정과 생각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뼈에 사무치게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책 '마음의 문제'는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공존할지 그 방법을 찾아 나선 한 사람의 기록이자 오답노트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번째 장에는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병' 이야기를 비롯해 '나의 숫자들', '쇼콜라케이크 맛 나의 가난' 등이 담겨 있다.
2장에서는 '수능 시험 날 늦잠 잔 아이에게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이나가키 씨네 2층, 히라야마 씨네 1층', '150만원의 삶'을 제목으로 한 글들이 차례로 펼쳐진다.
또 3장은 '웃으면서 달리는 법', '정확한 위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더더욱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기분에 대하여'를, 마지막 4장은 '아이들이 보고 있어', '난기류는 원래 무서워', '유쾌 상쾌 통쾌하게 망해 보겠습니다'는 눈길이 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이 출간되기 전 북토크를 통해 먼저 책을 접한 독자들은 "이렇게 괜찮은지 물어봐줘서 고맙습니다.", "그래, 내가 기다리던 글이 이거였지.", "인생에서 더 좋은 게 뭔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작가님 덕분에 읽는 저도 조금 더 용감해지고 싶어졌어요.", "읽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글이네요." 라는 소감평을 남겨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한수희 작가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으며, 2013년부터 매거진 'AROUND'에 책과 영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그동안 펴 낸 책으로는 '온전히 나답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오늘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등이 있다. / 월요신문=박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