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점치는 것에 큰 흥미를 갖고 있다. 신점, 사주, 타로 등 취향에 따른 선호 수단이 있겠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타로가 큰 인기다. 단순한 운세 확인을 넘어서 MZ세대 일상 속 자연스러운 문화의 한 종류로 자리잡았다.
인기 비결은 '비대면' 때문이다. 사실 타로는 당연하게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담으로 이뤄진다. 총 78장의 카드를 질문에 맞춰 뽑고 리더의 해석으로 상담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는 즉각적 커뮤니케이션과 비언어적 표현도 동반된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발달했다. 이젠 상담자와 내담자가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틱톡, 라이브방송 등 채팅이 가능한 어떤 플랫폼에서도 실시간으로 쉽게 타로를 접할 수 있게 됐다.
비대면이라고 결코 가볍지 않다. 타로 리더들이 갖춘 체계적인 상담 가이드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수많은 후기들은 마치 미슐랭 3스타 셰프 식당을 연상하게 한다. 실제 유명 SNS에서 활동하는 비대면 타로 리더들은 한 달 이상의 예약이 꽉 차있는 경우도 많다. 연 단위, 월 단위로 기다려야 하는 유명 역술가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다.
그럼 왜 MZ세대는 비대면 타로 세계에 푹 빠졌을까? 먼저, 독립적 성향이 강한 젊은이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는 점을 꼽는다. 타로 상담 예약은 그 어떤 자신의 개인정보 노출이 필요하지 않아 익명성이 보장된다. 태어난 연도와 시간도 필요하지 않고, 부모님과 가족의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직접 마주하는 상담이 아니기 때문에 낯가릴 걱정 없이 더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현대인 누구나 자신의 마음과 고민을 나눌 대상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MBTI로 대표되는 성격유형검사에서 'I(내향형 인간)' 성향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회사, 가족, 모임 등 네트워크에서 속마음을 공유하는 것은 때때로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그래서 타로라는 매개체로만 연결된 타로 리더를 찾고 쌓아뒀던 고민 보따리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니즈를 채우곤 한다.
타로 리더도 비대면 환경에서는 내담자의 관상, 표정, 제스처를 확인할 수 없는 제한이 있다. 그렇기에 더욱 사연에 집중하게 된다. 외부적 편견을 모두 배제한 채 이야기에 몰입하고, 익명성을 담보로 한 솔직한 생각을 내담자로부터 끌어낸다. 그래서 오히려 서로 합의된 신뢰 관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주어진 시간 더 풍부한 타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두 번째, 타로는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공감 콘텐츠 역할을 한다. 영적 점술에 기반하지도 않고 과학적 근거도 약해도 타로 해석은 감성을 관통하는 힘을 지녔다. 수많은 타로 유튜브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마음에 와닿는 메시지를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고 감정의 중심을 잡곤 한다.
실제 상담에서도 내담자의 연령대가 어릴수록 고민이 동반된 질문이 많다. "올해 연애할 수 있을까요?"나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이 아니다. "남자친구를 만나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요?" 혹은 "시험과 취업을 놓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요?”처럼 질문 속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뽑은 카드를 내담자의 감정과 충분히 교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카드 속 주인공의 이야기로 해결책을 제안할 때도 있고, 내담자가 스스로 의지를 갖고 고민을 풀 마음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거창한 예언 없이도 이들에게 옆에서 공감하고 위로하고 제안해주는 것이 비대면 타로의 가장 큰 역할이다.
마지막, 고정된 정보 없이 매 상황별 카드에만 의존해 해석한다는 점이다. 생년월일과 같은 탄생 정보가 들어가는 운세 체계에서는 나의 성향과 인생의 큰 방향성을 알 수 있지만 당장 내일 판단해야 하는 사소한 고민 해결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 MZ세대들은 숏폼, 릴스와 같은 휘발성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만큼 타로도 단순 재미 혹은 나의 간단한 생각과 행동에 힘을 넣어줄 수 있는 가이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
비대면 타로에서 가장 많은 상담이 들어오는 질문은 '연인의 헤어짐과 재회'다. 작은 다툼으로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하는 방법,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 현재 상대방의 재회 의사 및 심리 등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취업, 투자, 결혼과 같은 굵직한 일이 아닌 만큼, 매번 이런 고민을 신점에 의존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내담자들은 스스로 선택한 카드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기준을 찾고 리더의 조언이 더해져 고민을 타개하려고 한다.
20대, 30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계속 거듭해나갈 시기다. 학업과 진로 설정, 새로운 환경 적응, 연애와 결혼 등 수많은 고민이 잇따른다. 그럴 때마다 타로 카드는 그들의 고민하는 순간을 옆에서 지켜주는 친구 역할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운세로만 타로를 바라보지 말자. 디지털 시대 다양한 방식의 타로 문화의 확산은 MZ세대 트렌드로 자리잡을 뿐 아니라, 잊고 있던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도와줄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 이화랑 타로 리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