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내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최근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케이뱅크의 IPO에 대한 시장 평가는 아직 신중하다. 업계에서는 삼수생인 케이뱅크의 이번 도전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케이뱅크의 IPO 예비심사 추진은 기대와 부담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상장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취약점 다섯 가지가 남아 있어 이번 상장 도전도 제법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 카카오뱅크의 부진한 주가 흐름
우선,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이 케이뱅크 기업가치 산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카카오뱅크는 수 년째 하락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채 2만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상장 초반 9만4400원까지 올랐지만 이 가격은 현재 요원해보이며 최근 주식시장의 훈풍 속에서도 주가를 올리지 못한 채 11일 2만1550원으로 장 마감했다.
이처럼 밸류에이션의 기준점이 되는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중반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케이뱅크의 공모가 산정과 투자매력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 여전한 업비트 의존 리스크
케이뱅크 수신기반의 상당 부분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관련 예치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큰 리스크다.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이 종료되거나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예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 위험이 존재한다. 케이뱅크 내 업비트 예치금 비중이 2021년 53%에서 올해 16%까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단일 거래소 의존도가 높다는 평이 많다.
여기에 2024년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예치금 이용료율이 기존 연 0.1%에서 2.1%로 급등한 것도 케이뱅크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자비용 증가로 인해 케이뱅크의 순이익은 2025년 1분기에 전년 대비 68% 급감하는 등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 두 차례 불발...여전히 큰 신뢰 회복 과제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IPO 추진이 무산된 전력이 투자자 신뢰 회복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과거 두 번의 실패는 기업가치 산정의 불확실성과 리스크 관리 부재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있어, 이번 세 번째 시도가 '완성된 준비'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면 수요예측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 재무적투자자(FI)와의 상장기한 압박
재무적투자자와 약속한 상장 시한이 내년 7월로 다가오면서 시간적 제약도 크다.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FI 측은 동반매각청구권이나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FI가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하면 기존 경영진과 대주주의 지분 구조가 불안해져 경영권 분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풋옵션 행사로 인해 FI가 보유주식을 기업이나 기존 주주에게 매도 요구할 경우, 케이뱅크는 대규모 주식 환매 부담과 재무적 압박을 동시에 받는 등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결국 IPO를 밀어붙이면서도 시장 상황에 맞춘 신중한 일정 관리가 필요하다.
◆ 성장 모멘텀의 한계와 차별화 부족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 수익원이 여신과 수신 중심에 족쇄가 걸린 구조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은 뚜렷하지 않다. SME(중소기업) 금융 진출 등 신규사업 확대 계획이 있지만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인식되지 못하면 투자자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케이뱅크는 상장 이후 조달 자금으로 디지털 중소기업금융과 플랫폼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이 다섯 가지 취약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삼수생의 꿈'은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 월요신문=이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