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 후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사진=현대자동차 그룹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 후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사진=현대자동차 그룹

[월요신문=이상훈 기자]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 이후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2018년 이후 7년 만에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4만2180명 가운데 3만9966명이 투표에 참여(참여율 94.75%)했으며, 이 중 찬성은 3만6341명(재적 대비 86.15%), 반대는 3625명(8.59%), 기권은 2214명(5.25%)으로 집계됐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날 오전 쟁의조정 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무분규 합의를 이어오며 안정적 노사 관계를 보였다. 다만 올해는 지난 6월 18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17차례 교섭에도 불구하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가 이달 13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곧바로 쟁의조정을 신청하면서 교섭은 파국 국면으로 전환됐다.

만약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나선다면 7년간 유지된 '무분규 전통'은 깨지게 된다. 이는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 전략과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문용문)가 18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지부 2층 대회실에서 2025년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문용문)가 18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지부 2층 대회실에서 2025년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의 요구안은 단순 임금 인상 수준 그 이상이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2024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확대 및 각종 수당 증액 또는 신설 ▲정년 현행 만 60세→국민연금 수령 전년도 말까지 연장(최장 만 64세)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 현행 통상임금 750%→900% 상향 ▲퇴직금 누진제, 퇴직자 전기차 할인 등을 담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요구는 인건비 구조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특히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는 사측의 생산 효율성과 비용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측은 최근 전동화 전환, 미래 모빌리티 투자 확대 등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무 건전성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 구조 변경이나 성과급 대폭 상향 요구가 수용될 경우 투자 여력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기 둔화, 전기차 성장세 둔화, 원자재 가격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측은 이번 교섭에서 '성과급·정년 연장·근로시간 단축' 3대 요구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용 불가 기류가 강하다.

현대차 국내 공장은 연간 약 170만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자동차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노조가 부분 파업이나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경우 내수는 물론 북미·유럽 수출 물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파업권 확보가 중단기 실적에도 대응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증권 송선재 애널리스트는 "협상이 파행될 경우 3분기 이후 판매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신차 출시 일정과 해외 판매 물량 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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