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이 수년째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권은 사상 최대 이자 수익으로 순이익이 늘어났음에도, 장애인 고용 대신 수십억 원의 부담금으로 의무를 대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12개 은행 모두 최근 5년 연속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민간기업이 전체 근로자 중 일정 비율(현재 3.1%)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한 법적 제도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미달 인원당 연간 최대 209만6270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기준 국민은행(1.65%), 신한은행(1.10%), 우리은행(1.07%), 하나은행(1.40%), 농협은행(1.52%) 등 5대 은행 모두 기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이 47억27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부담금을 냈고, 신한은행 42억6600만 원, 농협은행 38억6300만 원, 하나은행 35억7400만 원, 국민은행 33억65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책은행과 지방은행도 사정은 비슷했다. 산업은행(2.00%)은 9억4100만 원, 중소기업은행(3.55%)은 4억7000만 원, 수출입은행(2.57%)은 2억2800만 원의 부담금을 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iM뱅크(2.35%, 2억8800만 원), 부산은행(2.08%, 4억7000만 원), 전북은행(1.47%, 3억1100만 원), 경남은행(0.9%, 8억2500만 원) 모두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
증권·보험·카드·자산운용사 등 금융 전 업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1.51%), 삼성증권(2.14%), NH투자증권(2.51%) 등이 미달했고,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1.64%, 11억8700만 원), 교보생명(1.07%, 13억1400만 원), 메리츠화재(0.94%, 10억600만 원) 등이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
카드사 또한 신한카드(0.91%, 9억5800만 원), 국민카드(1.67%), 현대카드(1.55%), 하나카드(0.98%) 등이 수억 원대 부담금을 냈다.
이에 대해 우재준 의원은 “대면 업무가 많은 금융업 특성상 장애인 고용이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증권·보험·운용업 전 부문에서 의무고용률을 달성했다”며 “결국 기업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직원 평균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담금으로 법적 의무를 대신할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월요신문=박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