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1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처벌을 강화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중간점검 및 인명사고 방지에 대한 정책적 대안 모색'의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과도한 중처법은 자칫 기업 경영에 과도한 부담을 안길 수 있고, 정작 산업현장 안전 예방에는 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노동 세미나 시리즈'의 일환으로, 환노위 소속 위원인 우재준 의원실에서 주관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후원했다.
함병호 한국교통대학교 대학원 교수는 '처벌을 강화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는가'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이동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영향분석과 산재 감축 방안을 들고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섰다.
이 외에 고용노동부 중대재해감독과 이호준 사무관, 동국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서용윤 교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 손태흥 실장, 법무법인 화우 김대연 변호사, 한국경영자총협회 전승태 산업안전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송언석 원내대표, 김형동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등이 참석해 축사로 토론회에 힘을 실었다.
◆ 국민의힘 "정부, (기업)업주 처벌 대신 예방 및 지원 필요"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중처법은 본래 산업안전 확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 중심으로 설계돼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이 이미 제도를 촘촘히 마련했는데도 기업을 옥죄는 별도 처벌 규정을 둬 이중·삼중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과징금이 영업이익의 5%, 최소 30억 원 이상 부과될 경우 중소·중견기업은 사실상 버티기가 힘들다"며 "결국 기업 도산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좌파정부 시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는 관대했으면서, 기업의 작은 실수에는 과도한 처벌을 가하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며 "국민의힘은 처벌강화 대신 기업 스스로 안전관리 역량을 키우고 정부는 예방 지원에 나서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를 만든 우재준 의원 역시 "이재명 대통령은 각종 산재 사건에 대해 강한 언급을 하면서 정작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코레일 사고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지적한 후 "영업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걷겠다는 발상보다 차라리 피해자 유가족 보상금을 그만큼 올리는 게 맞지 않는지"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또 "지난해에도 '중대재해 처벌법, 규제와 처벌만이 해법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며 이미 문제의식을 제기한 바 있다"며 "업주의 처벌 강화만으로는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으며, 예방 중심의 정책과 함께 피해 근로자의 보상 및 보호체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 토론 역시 그 연장선으로, 특히 처벌과 보상이라는 두 축을 놓고 보험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강력 처벌에도 산재 감소 효과 제한적”
이번 토론회의 첫 발제를 맡은 함병호 한국교통대 교수는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 사망자는 2021년 828명에서 2022년 874명으로 오히려 증가했고, 2023년 812명, 지난해 827명으로 평년 수준에 머물렀다”며 “강력한 법 집행에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처벌 기준을 두고 있지만, 사망률은 OECD 평균보다 높다”며 “이는 처벌 강화가 예방 효과로 직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처벌을 피하려는 편법이나 형식적 대응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 발제자 이동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도 “형사처벌 중심 접근은 기업이 자율적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보다는 변호사 선임, 외부 전문가 자문 등 책임 회피 수단을 찾게 만들었다”며 “범죄 구성 요건이 불명확해 수사기관도 고의·과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관은 실질적 대안으로 ▲법령·기준 명확화 ▲산업안전보건 감독관 확충 ▲노사 공동의 위험성 평가 제도화 ▲실효성있는 경제적 제재 방안 도입 등을 제시했다.
토론자 가운데 법무법인 화우 김대연 변호사는 중처법과 관련한 두 가지 염려를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하나는 문제 접근이 개인 위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구조 문제에 소홀해 질 수 있다. 현장에서 개별조치가 이뤄지다 보면 미시적인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하나는 굉장히 관료화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각 사업장들이 가장 효과적인 것을 찾아야 하는데 처벌을 피하려다 보니 그때그때 의무 이행을 위한 자료를 만들며 페이퍼워크에 집중할 수 있다"며 "각 행위자들 사이에서 메커니즘으로 분배 되는지 인류학적인, 사회학적인 접근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재명 정부, “경제적 제재 강화로 안전투자 유도”
이재명 정부는 최근 '산업재해 감축'을 전면에 배치한 초강력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연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할 경우 해당 법인에 영업이익의 5% 이내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소 과징금 액수는 30억 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영업이익이 아무리 작더라도 3명 이상이 사망했다면, 30억 원은 반드시 부과되는 게 핵심이다. 이는 당초 논의됐던 매출액 3% 기준보다 강화된 수준이다.
또 중대재해 발생 시 즉각 공시는 의무화된다. 비상장사의 경우 모회사가 공시해야 한다. 공시를 위반한 경우에는 벌점을 부과받게 된다. 제재금·거래정지·관리종목 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ESG 평가와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에도 반영돼 기업의 신용도와 금융거래 조건에도 영향을 준다.
발표일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동안 처벌은 소액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쳤지만 반복 가능한 사고가 이어졌다”며 “정부는 안전투자가 더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재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건설사 영업정지 요건을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하고, 전기·소방·정보통신 공사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2회 이상을 받은 뒤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 등록 말소도 가능하다.
또 공공입찰 제한 기준은 ‘동시 2명 사망’에서 ‘연간 3명 이상 사망’으로 바뀌고, 민자·민간사업장까지 적용된다. 입찰 제한 기간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하청업체가 안전관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공사비’ 산정이 의무화되고, 원청까지 안전관리비 계상 의무가 확대된다.
정부는 대검찰청과 협의해 전담 수사조직을 확대하고, 노동부·검찰·경찰 간 합동 압수수색과 신속 송치 체계를 마련한다. 특히 현재 존재하지 않는 중대재해법 양형기준을 대법원 양형위원회와 협의해 신설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도 상향할 계획이다.
국회와 정부 모두 중대재해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해법은 갈리고 있다. 국민의힘과 전문가들은 ‘처벌 일변도’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기업 자율 관리체계를 강조한 반면, 정부는 강력한 경제적 제재와 공시 의무화를 통해 “안전투자가 기업 이익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월요신문=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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