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 등 경기대책에도 돌발악재 출현이 경기반등에 찬물…직격탄 맞은 항공주 곤두박질

'우한 폐렴'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중국발 항공기를 타고 온 승객들이 체온 감지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지나고 있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라는 돌발 악재가 경기반등을 노리는 우리경제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런 조짐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업종이 항공운송업계다. 항공운송 업계의 타격이 2003년 유행한 사스로 인한 악영향보다 클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항공주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네 번째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이들의 접촉자는 접촉자는 172명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은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별도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는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정도가 어느 정도에 이를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사스와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처럼 감염 환자가 속출할 경우 우리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에 그친 등 우리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경기회복을 최대과제로 삼아 재정투입확대 등으로 경기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새해들어 올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지난해 12월 국내 생산과 소비, 투자 등 경제지표는 동반 증가세로 전환되고,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도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새해 들어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반등하는 징후들이 보인다. 수출 호조가 눈에 띄고, 위축됐던 경제 심리도 살아나고 있다"며 올해 경제활력 제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는 우리 경제가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기대책에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선 경제진작을 위해 재정투입을 대폭확대한다는 방침아래 대규모 예산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60% 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투입해 지난 연말 상승세로 돌아선 각종 지표가 꾸준히 상승 곡선을 유지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중국발 우한폐렴이 경기회복에 큰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신종코로나가 확산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도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이 벌써부터 고개를 든다.

우선 올해 방한 관광객 2000만 명을 목표로 했던 관광산업은 정초부터 빨간불이 켜졌고, 코스피지수와 코스탁지수도 동반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 등 증시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또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우한 폐렴으로 중국시장이 크게 위축될 경우 우리 수출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주가가 맥을 못춘 국내 항공주는 올해들어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제와 일본 도쿄올림픽 개최에 따른 한일 관계개선, 항공 화물 실적 회복 등을 통해 항공사 실적 및 주가 반등이 기대됐으나 우한폐렴 타격으로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도 우한 폐렴 확산 공포가 고조되면서 중국 여행 취소가 무더기로 이어지자 일부 항공사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중국 노선 운항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했던 이들도 여행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객 감소가 항공사 실적 악화,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대한항공 주가는 설 명절 이후 국내에서도 우한 폐렴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자 지난 28일 전 거래일보다 1700원(6.69%) 하락한 2만3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대한항공주는 29일 9시39분 현재 전날보다 0.84%오른 2만3900원에 보합권에 머물러 있다.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도 하락세를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전 거래일보다 260원(5.24%) 내린 4705원에 장을 마감했고 제주항공은 1800원(7.68%) 내린 2만1650원까지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항공주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점치면서도 상황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경우 주가 하락폭이 컸던 만큼 큰 폭의 반등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중국 노선 매출의 비중은 아시아나항공 19%, 제주항공 15%, 대한항공 13%, 티웨이항공 4% 수준으로 집계됐다"며 "일차적으로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국적사 및 제주항공에 악영향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말했다. 다만 "항공주는 이번 우한 폐렴 이슈를 단기 악재로 받아들인 뒤에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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