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무직에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봉 산정에서도 차별
노조 기술사무직 지회 “특별 기여금 400%는 사측의 ‘꼼수’ 비판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지난달 SK하이닉스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특별 기여금’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평가 기준이 잘못됐다는 지적부터 회사가 일부 기술사무직에게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에 회사의 이번 기술사무직 격려금 미지급은 전임직(생산직)과의 차별 사례 중 극히 일부분이며, 연봉 산정 과정에서도 극심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지난달 31일 SK하이닉스는 ‘미래 성장 특별 기여금’ 명목으로 기본급 400%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사 구성원들에게 지급했다. 올해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되자 매년 지급하던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구성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지급한 것이다.

다만 이를 놓고 ‘불합리한 처사’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는 지난 3일 교섭속보 브리핑을 통해 “돈을 주고도 욕을 먹는 회사의 관례를 이번에도 깨뜨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선 사측의 기여금 평가 기준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사무직지회는 “2019년에 대한 기여금이라면 응당 2019년 평가 기준으로 지급돼야 하나, 2019년 연봉 기준으로 책정하였기에 2018년 평가결과에 따라 몇 번의 추가적인 불이익을 지급한 것”이라며 “이는 400%를 포장하며 조금이라도 금액을 줄이려고 했던 사측의 낮은 술수”라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의 한 사무직 노동자는 “2018년도에 성과등급에서 C(GD등급)를 맞고, 같은 해 PS도 셀프디자인 반영된다고 까였다”며 “2019년도에 지급된 특별 기여금도 2019년 연봉 기준이라 잘못한 것도 없이 C 한번 받았다고 2년 동안 불이익당하니 회사 다닐 맛이 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무직지회는 전임직(생산직)과의 차별도 문제삼았다. 이들은 “모든 구성원에게 지급한다던 회사의 공지와 달리 일부 기술사무직에는 다른 회사 이야기였다”며 “회사는 특별 기여금에 대한 공식 공지를 내기 전 해당 내용을 전임직 노동조합에 전달했지만, 아직까지 기술사무직지회에는 공식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 전임직과 차별이 없음을 주장한 회사의 ‘신의성실의 원칙’이 이런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SK하이닉스는 가장 높은 ‘EX’부터 ‘VG’, ‘GD’, ‘BE’, ‘UN’까지 5단계로 성과등급을 구분한다. 월요신문의 취재 결과 같은 성과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사무직에만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사무직 노동자는 “BE등급과 UN등급을 받았을 시 사무직 노동자들은 성과급, 연봉인상률 등에 불이익을 받는다”며 “전임직도 비슷한 평가 등급이 있지만 평균 아래 등급을 받았을 시 사무직과 같은 차등 불이익이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이번 특별 기여금 지급 기준 역시 전임직과 다르다. 회사는 사무직 노동자만 2019년 연봉을 20으로 나눠 계산해 기여금을 지급했다”며 “성과급은 전체의 결과이니 차별 없이 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편 SK하이닉스에는 반도체 생산공장이 있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에 각각 한국노총 산하 개별노조가 있다. 하지만 이들 노조는 일반직을 비롯한 기술사무직 노동자들의 입장은 대변하지 않았다.

이에 2018년 9월 4급(대졸자 신입) 이상 기술사무직 중심의 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지회가 설립됐다. 사무직지회는 2019년부터 회사와 개별교섭을 진행하고 카카오톡, 유튜브 등 SNS 채널을 개설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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