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도 뭣 하고, 안기도 부담되고' 에어부산은 HDC 정 회장에 ‘계륵’
증손사 편입엔 추가비용으로 신용등급 우려되고, 팔자니 업황이 부진

정몽규 HDC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 정몽규 HDC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통매각’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까지 안게 됐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2조5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는데, 증손회사가 된 에어부산을 편입하려면 추가 비용 소요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에어부산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항공업계가 지난해 ‘일본 보이콧’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황에 늪에 빠진 가운데,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LCC)를 인수할 마땅한 후보자가 없기 때문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HDC그룹의 지배구조는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로 재편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2년 안에 확보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을 전량 보유한 에어서울은 문제가 없지만,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비율이 44.2%에 불과하다. 따라서 에어부산까지 인수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의 나머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지분 매입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570억 원의 영업손실과 232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실적개선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에어부산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한·중 항공 운수권 신규 배분에서 인천발 중국 노선을 확보하면서 인천 공항 진출을 ‘수익성 제고 교두보’로 선언했다. 일본 보이콧 영향으로 일본 노선 수요가 급감하자 중국 노선을 돌파구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인천에서 출발하는 닝보·청두·선전 노선 모두 멈춰선 상황이다. 또 부산에서 출발하는 6개 중국 노선 중 옌지와 칭다오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음 달까지 운항을 하지 않으며, 홍콩 노선 역시 비운항에 돌입한다. 

이를 감안하고 에어부산 편입을 결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밝힌 이후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재무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용등급도 하향 기로에 섰다. 시장에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에 대한 투자를 직접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100% 자회사인 에어서울만 남기고 에어부산을 매각하는 게 오히려 이익이 될 것”이라며 “HDC그룹이 저가 공세를 통한 영업 전략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 보아 재무리스크가 불거지는 에어부산을 보유하기보다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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