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이사 후보로 김성태 캐피탈 대표와 함께 노조 추천후보도 금융위에 제청
출근 저지 풀면서 노조와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한 인사' 합의가 무력화 초래

낙하산이란 이유로 노조로 부터 출근저지를 받고 있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윤소희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청와대 낙하산’으로 막힌 출근 저지선을 뚫으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하겠다는 노조와의 합의에 발목이 잡혀 최근 전무이사 후보에 노조 추천후보도 함께 제청해 사실상 인사권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행장의 이번 무소신 인사는 상당한 후유증을 야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이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합의한지 본점출근 한 달이 채 안돼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 돼 신뢰추락으로 리더십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된다.

반대로 윤행장이 노조합의 때문에  소신껏 후보를 낙점하지 못하고 노조의 눈치를 볼 경우 낙하산이란 약점을 극복하려고 노조가 요구한 조건에 합의했다가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은행권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수 도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연초 기업은행장에 임명된 후 낙하산에 전문성 부족이란 점 때문에 노조의 강력한 본점출근을 저지를 받았다. 그는 27일 동안 본점 인근에 사무실을 두고 업무를 보다가 노조와 공동선언문에 합의한 후 지난달 29일부터 본점에 출근했다.

이 공동선언문에는 노조가 제시한 조건이 들어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한다”는 대목이다. 윤 행장은 이 합의사항에 발목이 잡혀 행장 고유 권한인 전무이사 후보 추천에 노조 추천 인사도 올려야 하는 원칙과 소신없는 두루뭉술한 인사를 해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업은행 전무이사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하는 과정을 거친다. 윤 행장은 전무이사 후보로 김성태 IBK캐피탈 대표를 낙점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김 대표는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윤 행장은 윤용로 전 행장과 기재부에서 오랜 시간 함께 근무하며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윤 행장은 능력도 높이 평가했겠지만 이런 인연도 있고해서 김 대표를 최종후보로 꼽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행장은 노조합의를 고려치 않을 수 없었다. 윤 행장은 지난 18일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을 단독으로 만나 전무이사 제청과 관련된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윤 행장과 김 위원장은 전무이사 최종후보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양측은 각각 추천한 후보를 모두 금융위에 제청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윤 행장은 전무이사 후보군에 김성태 IBK캐피탈 대표와 최현숙 부행장을, 김 위원장은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를 추천했으나 최종 후보 선정에서 노조와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윤 행장은 서로 추천한 후보 3명을 모두 금융위원회에 제청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윤 행장이 낙하산의 약점에 노조에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약속한 것이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 자승자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노조는 전무이사 후보로 시석중 대표를 추천했다. 시 대표는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금융노조와 기업은행 노조 조합원들의 선호도가 높다. 낙하산 인사로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몰렸던 윤행장이 행장과 임직원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자리에 노조위원장 출신을 앉히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노조의 약속도 있었던 만큼 윤행장은 시대표를 금융위 후보명단에 올리지도 않을 수 없었던 고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무이사 후보 추천에 대해 김형선 위원장은 “행장이 외부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왔는데 행장이 자리에 없을 때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전무이사마저 행장 측근이 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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