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은 방역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의 동참과 잠재력 무한 발휘 호소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비상시국이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기업 피해가 크다. 내수 침체까지 겹쳐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경영실태 조사' 내용은 기업의 절박하고 암담한 처지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중소기업의 70.3%가 코로나 사태로 애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월 초 조사(34.4%)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수출입 기업과 서비스 업종의 어려움이 크다. 수출기업 66.7%, 수입기업 78.2%가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수출입 기업의 절반가량이 중국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납품 차질과 중국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원부자재 수입 애로와 국산 대체비용 증가, 중국 근로자 격리에 따른 현지 공장 가동 중단의 피해를 겪는다. 국내 서비스 업체들의 66.5%는 내방객 감소, 매출 축소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피해에 대한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다'라는 기업들의 답변이 아프게 와닿는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함을 시사한다. 기업들은 정부 지원책으로 특별보증 확대(62.0%)를 가장 많이 꼽는다. 이 말고도 고용유지 지원금 확대(47.3%), 한시적 관세 국세 등 세금납부 유예(45.7%) 등을 바란다. 결국 돈에 관한 문제로 귀결지어진다.

낙관론을 펴던 정부도 비상상황으로 인식한다.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대책을 내놨다.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1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이 수혈된다. 대출의 경우 금리를 우대하고, 신용보증의 경우 보증료율을 감면해준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돕기 위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규모를 5천억 원 더 늘린다.

코로나19, 기업에 직격탄... 자체 대응방안 없는 게 더 큰 문제... 정부 지원책 절실함 시사

금융 소요가 커지면 예비비까지 동원할 계획이다. 총 15개 기금도 기금운용계획을 변경, 2조 원가량을 투입할 요량이다. 민생안정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경제의 모멘텀을 살리려는 정부 의지가 돋보인다. 당연히 큰 박수 감이다. 성과는 디테일에 있다. 좋은 취지가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려면 세심한 정책 배려와 원활한 지원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기업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 일 처리에는 경중완급(輕重緩急)이 있다.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순서다. 비상상황에서는 종합대책보다 긴급대책이 효험을 본다. 앞서 언급한 설문 내용에서와 같이 중소기업이 가장 목말라 하는 부분은 신용보증이다. 62.0%, 즉 10개 기업 중 6개 이상이 보증 확대를 원한다. 실제로 IMF 사태나 외환위기 등 경제가 힘들 때마다 신용보증기관이 구원 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부가 추경을 통한 금융 확대를 예정한다.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 사이 기업의 줄도산이 염려된다. 정책금융 확대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으나, 사후약방문이 돼서도 곤란하다. 정책금융기관들은 어차피 올해 중 지원하려는 공급 목표가 있다. 이를 우선 조기에 집행하고 나중에 추경에서 재원을 보전 받는 형식이 고려될 수 있다.

빠른 지원이 긴요하다. 정책의 생명은 타이밍이다. 실기하면 백약이 무효가 된다. 적기 지원의 성공 사례는 새로울 게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의 여신 충격을 줄이기 위해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FTP)’이 시행된 바 있다. 2017년에도 메르스 사태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던 중소기업을 위해 ‘신속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발동되었다. 지난날 경험을 토대로 지금은 ‘신속’, ‘패스트’보다 더 빠른 ‘광속(光速)’ 지원이 긴요할 때다.

방역이 최우선이나, 유동성 위기로 도산의 막다른 길목에 내몰리는 기업들 외면할 수 없어

과감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기왕 도와주려면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찔끔 지원하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수요보다 공급이 작으면 도움이 안 된다. 과잉이라는 비판을 들을지언정 부족한 것보다 낫다. 기존 여신의 만기 연장이나 금리 인하, 소액 지원 등에 그칠 수 없다. 기존의 대출이나 보증 금액과는 별도로 필요한 만큼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절차 또한 까다롭지 않아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배포한 ‘코로나19 대응 금융지원 관련 질의응답’ 자료만 봐도 우려 사항이 단박에 눈에 띈다. 기업들이 신규 자금을 지원받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기업들 스스로 금융회사 영업점을 방문하여 매출 감소 등 피해 사실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기관, 보증기관, 은행권의 내부 심사 기준도 거쳐야 한다. 한 달 남짓한 코로나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입증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금융권에서 객관적 자료를 요구할 경우 기업들은 난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매출 감소를 증명해 보이려면 1분기 부가가치세 신고가 끝나는 4월 말 이후에나 가능해진다. 하루하루 돈 가뭄에 피 말리는 기업들 처지에서는 그때까지 버티기 힘들다. 자금 사정은 현재는 물론 미래 상황까지 고려되는 게 맞다. 사태가 장기화하는 시나리오까지도 내다봐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지고 복잡한 절차로 기업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

말 그대로 전시(戰時)상황이다. 코로나 방역이 최우선 과제임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거기에만 매달릴 수 없다. 도산의 막다른 길목에 내몰려 쓰러져가는 기업들을 외면하기 어렵다. 피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그나마 고육지계이기 때문이다. 방역은 방역대로 하면서, 기업은 기업대로 살려야 한다. 코로나 사태의 빠른 극복과 경제의 조기 회생을 위해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의 동참과 잠재된 실력의 무한 발휘를 호소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경제칼럼니스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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