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김기율 기자] 한진일가의 경영권싸움이 볼썽 사납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항공업계가 날개를 접은 상태인데 한진일가는 서로 경영권을 차지하겠다고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필두로 한 ‘3자 주주연합’의 경영권 분쟁은 점입가경이다.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는 과연 가족인지를 의심케한다. 이들은 리베이트 의혹, 자본시장법 위반, 공매도, 경영 적합성 여부 등을 꺼내들며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3자연합은 현 경영진의 잘못으로 경영이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진그룹은 3자연합이 각자의 이득을 위해 뭉친 투기세력일 뿐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서로 자신들이 한진그룹을 위한 ‘적임자’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 불황 장기화가 예상되는 지금, 이들은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주총 승리’만을 위한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직항 노선이 개설된 45개국 중 21개국에 운항이 중단됐고, 이달 둘째 주 항공여객은 전년 동기(166만명) 대비 약 91.7% 줄어든 13만8000명에 그쳤다. 특히 과거 사스(SARS)와는 달리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사의 매출 피해는 6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한진그룹과 3자연합의 경영권 분쟁은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의 싸움이 주총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양측 모두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한진그룹과 3자연합은 지금까지 거론된 의혹들만으로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더구나 분쟁이 길어진다면 코로나19로 발생한 경영위기에 대응하는 속도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경영 정상화를 주장하면서 경영 정상화에서 멀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으로 발생할 문제들은 총수일가뿐만 아니라 한진그룹 직원, 더 나아가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국민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조속히 분쟁을 마무리하고 조중훈 창업주의 ‘수송보국(輸送報國)’ 신조를 다시 한 번 되새겨 위기 극복에 전념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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