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조규상 기자] 쌍용자동차가 모기업 마힌드라그룹이 자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정부와 금융권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지난 3일 특별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투입하려 했던 2300억원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예 사장은 "마힌드라그룹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2300억은 올해 당장 필요한 긴급 자금이 아닌 향후 3년 간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재원"이라며 "회사는 노동조합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요청을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쌍용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쌍용차에 무작정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쌍용차가 시장의 경쟁력을 상실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쌍용차는 2015년 출시돼 소형SUV 돌풍을 이끈 '티볼리' 이후 흥행작이 없다. 티볼리도 르노삼성차 XM3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의 신차 효과로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지난달 티볼리 판매량은 전년대비 43.0% 하락세를 보였다.

쌍용차는 친환경차 라인업도 없어 미래산업 측면으로 봐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올해에는 계획된 신차 출시 일정마저도 없다. 총체적 난국이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자금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마힌드라가 포기한 쌍용차를 지원하는 것은 산은이 대기업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이란 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산은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점도 금융당국은 고려해야 한다. 당장 경영 위기에 처한 여행사, 항공사 등의 자금지원 요청에 응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두산중공업의 자금수혈에도 특혜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을 정부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국민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어설픈 자금 지원을 한다면 정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쌍용차 부실이 대규모 실직사태와 협력업체 부도로 연결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지만 경쟁력을 잃은 기업에 대한 무리한 지원은 더 큰 화를 초래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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