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인영 기자] "플렉스(Flex) 해버렸지 뭐야"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재고 면세품 할인부터 백화점, 홈쇼핑, 오픈마켓 그리고 소비자 간 중고거래까지 너도나도 명품 소비에 열을 올리는 지금. 인기 명품 브랜드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득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가품'을 더욱 조심해야 하는 법. 기자는 오픈마켓 명품 판매 실태를 취재하던 중, 한 유명 오픈마켓에서 명품의 탈을 쓴 '싸구려 가짜 지갑'을 발견했다. 믿을 수 없는 금액에 눈을 의심하며 상세 페이지를 샅샅이 살폈지만, 그 어디에도 OO스타일, OOst 같이 가품을 암시하는 문구는 없었다.

심지어 '특별한 찬스 특별한 가격으로 고객님의 가치를 올려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는 마치 진품을 한정적으로 세일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마저 나왔다. 그 명품 브랜드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품을 확신할 수밖에 없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기로 했다. 돌아온 답변은 전산 상 정품이 맞다는 것. 터무니없이 싼 금액을 지적하자 그는 레플리카(모조품)라고 답변한 판매자의 글을 확인했다며 재빨리 말을 번복했다.

일명 '짭퉁'이지만 매출을 위해 모르는 척 눈감고 있다 해도 황당할 판에 전산 상 정품이라니.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린가.

가품을 버젓이 진품처럼 속여 광고하고 있는 판매자가 제일 문제지만, 그 책임을 회피하는 해당 업체 태도 또한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실제 홈페이지 하단에 업체는 '통신판매중개자로서 거래당사자가 아니며 입점 판매자가 등록한 상품, 거래정보 및 거래에 대하여 자사는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방침을 고지하고 있다. 설사 판매자가 위법으로 가품을 유통하더라도 플랫폼은 책임이 없다는 말이다.

취재에 나서자 관계자는 "오픈마켓 특성상 누구든지 파트너를 등록하면 그 즉시 상품 등록이 가능하다"며 "물론 내부에 심의팀이 따로 있긴 하지만 상품이 너무 몰리는 때에는 검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관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변명에 급급했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법(가칭)' 제정으로 실질적인 규제에 나선다는 것이다.

빗발치는 소비자 민원에도 '나 몰라라'하던 플랫폼이 이제는 입점업체와 함께 보상 및 책임을 진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가품 유통 방지'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진품이든 가짜든 물건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진짜를 사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라는 이유로 누군가 가품을 구매한다고 해서 타인이 감히 이러쿵저러쿵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몰라서 속는 불상사만이라도 막아야 하지 않을까.

온통 사기꾼들이 판치는 세상이라지만 '나 하나쯤이야'라기보다는 '나부터라도'가 먼저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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