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모펀드 문제가 터졌다. 이번엔 5500억원 규모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다. 해당 펀드의 운용사는 공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매출채권을 사들였다고 강조하며 투자자를 끌어 모았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대부업체와 부동산 중개업체 등이 발행한 부실 사모사채에 투자해놓고 매출채권을 사들인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의 민낯이 여실히 들어났다. 사무수탁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은 운용사의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을 기계적으로 처리했으며, 관리주체인 금융감독원은 해당 펀드의 위험등급을 매우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금감원과 운용사의 평가만 믿고 해당 펀드를 대대적으로 판매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으랴. 옵티머스 경영진은 법무법인이 서류를 위조했다고 발뺌하고 있다. 사무수탁사인 예결원은 운용사의 지시대로 처리했을 뿐 사모펀드 관리운용을 감시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고 강조한다. NH투자증권은 자체적으로 검토를 했음에도 운용사가 작정하고 속인 터라 확인이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입장을 모아보면 하나의 결론으로 도출된다. 사모펀드 관리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금융권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부터 시작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일반 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액을 기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사모 운영사 설립 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러나 당시 운용사에 대한 통제 규정과 유동성 리스크, 레버리지 등에 대한 관리 방안 등은 마련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성장주의' 정책은 결국 금융권을 '성과주의'로 내몰았다. 금융권은 고객의 자산관리와 자본중개라는 본업보다 수익성 창출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팝펀딩펀드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터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고수익 고위험'으로 분류된 사모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의 책임도 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했을 경우 그 잘못은 투자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용사가 상품 구조를 허위로 작성하고, 판매사가 판매 과정에서 손실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 금융위원회는 1만여개에 달하는 사모펀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DLF와 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당국은 뒷수습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라임 사태 이후 진행된 사모펀드 조사에서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결론은 '이상 없음'이었다.

400조원대를 웃도는 사모펀드 시장 내에서 이 같은 사태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전수조사에 그치는 게 아닌 강력한 재발 방지책과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표준화된 개선방안이 필요할 때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소비자가 있어야 시장이 유지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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