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조규상 기자]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10% 가까운 인상률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역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요구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8590원)보다 16.4% 인상한 1만원을 제시한 후, 지난 9일 9.8% 인상된 9430원을 수정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경영계는 경영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며 삭감안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라는 최소한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경제 위기 상황에서 하루하루가 힘겨운 저임금 노동자에게 도움이 될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정부도 이를 지키기 위해 최저임금을 지난 3년간 총 32.8% 인상시켰다.

그러나 가파르게 치솟은 최저임금 인상 폭은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최저임금을 못 주는 사업장이 16.5%에 달하고, 음식점 등 소상공인 업종은 40%가 넘는다.

심지어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역대급 악재와 싸우면서 사업 존폐마저 장담하기 힘든 처지로 내몰렸다.

실제로 지난 5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6.2%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 7.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5.5%) 이후 최저수준이다. 소상공인의 매출 규모도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70%에 불과하다.

결국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일자리 감소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소기업 고용 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사기업의 44%는 이미 작년 말보다 직원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인상안을 제시한 노동계의 주장도 결국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도 인상안이 달갑지만은 않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1년 최저임금 관련 중소기업 근로자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직원 51.7%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좋은 제도임은 분명하다. 다만 최근에는 경영 여건 전반을 고려하지 못한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고용주 또한 취약계층으로 전락시킨 꼴이 됐다.

'다 같이 잘살자'의 취지가 '다 같이 못살자'로 변질돼선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한 최저임금 합의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