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인체 내에 흡수된 수분(水濕)은 인체에 유익한 진액, 즉 혈액, 림프액, 침, 척수액 호르몬 같은 필수적인 진액으로 바뀐다. 하지만 혹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군더더기로 남아 병리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비생리적인 체액을 담음(痰飮)이라 한다.

비생리인 체액이 전신에 두루 영향을 주는데(痰飮流走證), 폐에 쌓여 영향을 주면 숨이 차고 기침이 나며, 위에 쌓이면 묽은 침을 뱉어내거나 헛구역질과 구토를 일으키며 명치가 답답하고 장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는 것이 음(飮)이다.

또한 이러한 비생리적인 체액이 장기간 열과 결탁해 걸쭉하고 끈적거리는 물질로 변해 심장, 혈관, 뇌, 경락에 쌓이고 막히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등이 시리고,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며 옆구리가 답답하고, 사지가 저린다. 이것이 담(痰)이다.

체내에 물이 차는 음(飲)에는 ▲가슴 속의 유음(留飮) ▲양 옆구리 아래에 생기는 벽음(癖飮), 장 속에 물이 생겨 꼬르륵 소리가 나는 담음(痰飮) ▲원래 마신 물이 퍼지다가 팔다리에 머물러 있어 땀을 내서 내보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일음(溢飮) ▲마신 물이 옆구리 아래에 머물러 있어서 기침을 하거나 침을 뱉으면 땅기면서 아픈 현음(懸飮) ▲물이 횡격막 위에 있어서 기침이 나면서 기가 거슬러 올라가고 몸을 기대고 숨을 쉬며 숨이 짧은 지음(支飮) ▲횡격막 위에 담이 가득 차 숨을 헐떡이면서 기침하고 토하며 추웠다 더웠다 하고 등과 허리가 아프며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오면서 몸을 부들부들 떠는 복음(伏飮) 등이 있다.

한편 담(痰)에는 ▲반신불수의 중풍으로 생기는 풍담(風痰) ▲팔다리를 못 쓰고 바늘로 찌르는 듯이 아픈 차가운 한담(寒痰) ▲몸이 무겁고 힘이 없고 권태로우면서 나른하고 허약한 증상의 습기 때문에 생긴 습담(濕痰) ▲번열이 나서 담이 말라 뭉치고 머리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눈시울이 짓무르면서 목이 막히는 화(火)의 기운 때문에 생긴 열담(熱痰) ▲화 기운의 담[火痰]이 심장과 폐 사이에 오랫동안 뭉쳐 있어서 뱉어내기 힘든, 흔히 머리털이 초췌해지고 얼굴빛이 말라비틀어진 뼈의 색깔을 띠고 목과 입이 마르고 기침이 나며 숨이 찬 울담(鬱痰) 등이 있다.

이러한 담음(痰飮)의 특징으로는 얼굴이 어둡고 누렇게 들뜨며 눈썹 밑이 거무스름하고(다크써클) 평소보다 비대해져 마치 부은 것 같다. 또한 혀가 붓고 입안이 가득한 느낌이며 설태가 두툼하고(膩苔) 가끔 어지럽고 배를 탄 것처럼 몸이 흔들린다.

사지가 쑤시고 아프며 등이 시리고 그 부위가 움직이며(돌아다닌다) 목구멍에 매핵기가 나타나며 답답할 뿐만 아니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엇엔가 놀란 듯하며, 잠을 쉽게 들지 못하고 꿈이 많으며 불안하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며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고 소리를 지르며 혼절하여 의식을 잃고 중풍 전조증상을 보인다. 화를 잘 내고 소리 지르며 배고파하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찌르는 듯 아프며 머리가 무겁고 조이는 느낌이 난다.

이러한 비생리적인 담음(痰飮)의 처방을 살펴보면 풍담(風痰, 중풍)에는 우선적으로 담남성8, 법반하6, 지실6, 적복령6, 귤피6, 석창포3, 홍삼3, 죽여2, 감초2, 생강2로 처방되는 척담탕(滌痰湯)을 쓴다. 중풍으로 말이 어눌하거나, 못 할 때에는 신선단(神仙丹)을 쓸 수 있다. 조담(燥痰)에는 미세먼지에 유용한 패모과루산을 쓰며, 뇌혈관 세포에 문제가 있는 경담(驚痰)에는 정간환(定痫丸)을 쓴다.

습담(濕痰)에는 창출9, 후박6, 진피6, 자감초3으로 구성되는 평위산(平胃散)이나 불환금정기산(不換金正氣散)을, 열담(熱痰)에는 청금강화탕(淸金降火湯)이나 소함흉탕(小陷胸湯)을, 울체, 홧병, 매핵기같은 울담(鬱痰)에는 사칠탕(四七湯)을, 기담(氣痰)에는 십육미유기음(十六味流氣飮)을, 잘 체하는 식담(食痰)에는 산사6, 향부자4, 반하4, 천궁, 백출, 창출3.2, 진피, 적복령, 신곡2.8, 사인, 맥아, 감초, 생강, 대추2로 구성되는 정전탕(正傳湯)을 쓴다.

잘 먹고 배설을 잘 하면 건강한 것이다. 불필요한 것을 체내에 쌓아두면 병이 된다. 특히 우리 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분은 충분히 보충되어져야 하겠지만, 배설도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생활한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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