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인영 기자]"난 널 믿었던 만큼…"

대중을 기만한 간접광고(PPL)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과 가수 강민경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들의 재빠른 해명에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대중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모양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혜연이 본인의 유튜브 채널인 '슈스스TV'에 '내돈내산' 후기를 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인 것마냥 소개한 제품이 사실은 특정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은 3천만원짜리 광고였다는 진상이 밝혀진 것.

이에 한혜연은 지난달 17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서 너무 죄송하고, 스스로한테도 정말 많이 실망했다"는 내용의 공식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형식적인 사과다", "위선이다", "사기꾼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 "유료 광고 표시를 하지 않은 것보다 내돈내산이라고 속인 게 더 나쁘다"며 그를 향한 칼날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

대중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속았다는 '배신감' 때문이다. '베이비'를 외치는 한혜연에게 '언니'와도 같은 친밀감을 느낀 이들은 그를 진심으로 좋아했으며 또 믿고 따랐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 아픔은 겪어보면 생각보다 더욱 아프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특히 한혜연은 오랜 경력의 톱 스타일리스트로 업계 순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더욱 무겁다는 의견이다. 뭐든지 과하면 결국엔 독이 되는 법. 과도한 설정의 간접광고는 언제나 대중의 불편을 초래해왔다.

물론 간접광고가 그 자체로 나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기업 마케팅 활동에 있어 간접광고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상품의 필요성을 어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울러 미디어 수익구조와도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산업 구조상 절대 사라질 수 없다는 뜻이다.

한편 신뢰를 잃어버린 인플루언서는 한혜연뿐만이 아니다. 평소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한 강민경은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협찬받은 제품을 본인이 애용하는 소장품으로 소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번 PPL 꼼수 논란의 요지는 협찬이 아닌 '척' 했다는 것이다.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지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23일 "SNS 후기, 대가 받고 작성했다면 광고라고 밝혀야 한다"는 내용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확정해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이 SNS에서 특정 상품 및 브랜드를 의도적으로 노출·언급하거나 제품 정보 사이트를 링크하는 행위 등도 추천·보증에 해당한다는 예시도 신설했다. 이 같은 공정위의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추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제라도 시행한다니 정말 다행스럽다.

아무리 덮어도 진실은 결국 그 실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불편한 진실이 무조건 거짓말보다 옳다. 명심해야 할 사실은 대중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은 도덕적·사회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워선 안 된다는 점이다. 광고에 대한 모든 가치 판단은 오롯이 소비자의 몫으로 남아야만 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