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서울 및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택지 발굴,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 공공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총 26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아파트 층수 제한인 '35층 규제'를 완화해 50층 높이도 허용하는 공공 참여형 재건축을 도입하고, 서울 태릉골프장 같은 공공기관 부지에도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그동안 본인 뿐만 아니라 부동산 전문가들이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확대가 필수"라고 수없이 지적했었다. 그때마다 정부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돈다"며 수요억제책으로 일관해 집값 급등을 자초했다. 그런 만큼 정부가 공급확대로 정책을 전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보여진다.

이번 정부 발표로 인해, 당장 집값 상승 및 전세값 급등에는 역부족일수 있다. 실제로 새롭게 아파트를 지어 공급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시 뿐만 아니라 관련 해당 기초지자체장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라 보여진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거둘지 미지수다. 재건축을 틀어막은 초과이익환수제는 놔둔 채, 실효성이 의심되는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안은 LH와 SH공사가 참여하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최대 500%, 층수는 최고 50층까지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이익의 90% 이상을 공공분양·임대 등으로 기부채납하게 하여 기대수익을 환수하겠다고 했다.

가뜩이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수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터에, 10%의 수익을 위해 재건축에 나설 조합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오죽하면 정부의 공급 대책 발표날 서울시가 "공공 재건축에 민간이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을까? 한다. 서울시는 "순수 주거용 아파트는 35층까지만 된다"며 '50층 허용 방안'에 반발했다가 다시 "정부와 이견이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고밀도 개발이다. 정부는 공공시행자가 참여하지 않는 재건축 단지에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막판에 제외했다고 한다. 공공이 개입하지 않는 재건축 허용이 자칫 강남 집값을 타오르게 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게 재건축 조합의 생리다. 그동안 층고 제한, 용적률 제한,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 때문에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이 부진했고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되며 사업성은 더 악화된 상태다.

조합들이 원하는 것은 수익성과 고급 주거단지다. 초고층으로 지을 수 있다고 해도 임대와 소형이 대거 들어오는 데다 기대수익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합 참여가 저조하면 정부 공급계획도 장밋빛 청사진에 그칠 수 있다.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조합의 참여를 유도할 수 없고 결국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 정부가 민간의 수익성과 공공성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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