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체인점을 두고 있는 가맹본사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가맹점사업자들을 괴롭히는 사례들이 종종 들리고 있다. 파리크라상, 샤니, 삼립식품, 던킨도너츠 등 여러 식품전문 계열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SPC 그룹도 그러한 문제 사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월 2일에는 (주)파리크라상이 가맹점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파리크라상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이 외에도 SPC 계열사들의 가맹계약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10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등 SPC그룹의 계열 가맹사업은 그간 가맹사업피해신고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라며 SPC그룹 계열사인 (주)비알코리아와 (주)샤니를 공정위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파리크라상이 생수와 샌드위치 등을 협찬한 것에, 그 배경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있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PC 그룹 계열의 베이커리 전문업체 파리크라상(브랜드명 '파리바게뜨')의 정보공개서 미제공 및 제공기한 미준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지난 11월 2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은 가맹계약자들에게 정보공개서도 주기 전 가맹금부터 내라고 하거나 가맹계약서를 제공한 후 하루가 지나기 전에 가맹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맹사업법을 위반해 감독당국의 시정명령과 경고조치를 받았다.

 

불공정거래의 온상?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희망자들이 가맹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해당 가맹본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살펴본 후 가맹계약을 체결하거나 가맹금을 납부하도록 하기 위해 14일이라는 숙고기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맹본사는 가맹계약 체결 전 가맹사업희망자에게 정보공개서를 의무로 제공하고 이후 14일이 지나야 계약을 체결할 수가 있다.

그러나 파리크라상은 지난 2008년 2월부터 2009년 6월까지 가맹점사업자를 모집하면서 7개 가맹희망자로부터 정보공개서를 제공하기 전에 가맹금을 받거나 가맹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기간 동안 55개 가맹희망자에게 정보공개서를 제공한 날부터 14일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맹금을 받거나 가맹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파리크라상이 정보공개서에 대한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건은 총 62건이다.

가맹계약체결 시 가맹계약서 제공 후 1일이 지나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가맹계약서 제공기한'을 어긴 사례도 총 38건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가맹점주들이 억울한 일을 겪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힘 없는 가맹점사업자들은 가맹본사의 횡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공정위가 파리크라상 직권조사에 나선 것이 지난해 10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SPC그룹의 계열사인 (주)비알코리아와 (주)샤니 등의 가맹계약 문제에 대한 고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배경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문제들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음을 시사했다.

경실련은 공정위에 이들 업체를 고발하면서 과도한 연대책임과 위약금 부과, 물품대금 현금 강요,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 및 경업금지 등을 주장했다. 또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와 부당한 횡포로 인한 가맹점의 피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되어 있다"면서 "특히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따삐오 등 SPC그룹 계열의 가맹사업 브랜드는 그 동안 경실련이 운영하는 가맹사업피해신고센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고 밝혔다.

 
민주당 신학용의원도 SPC그룹이 제과.제빵업계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여(완제품 양산빵 시장의 84.6%, 베이커리시장의 65.97% 점유) 원가부담이 있을 경우 출고가를 높게 유지하는 방법으로 원가부담을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반대로 원가절감요인이 있을 경우 높아진 출고가를 그대로 유지해 부당하게 이익 취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고 있고,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재계약의 갱신을 부당하게 거절하거나 불필요한 물품이나 상품을 강매하고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등의 불공정거래를 하고 있다"고 작년 국감에서 밝힌 바 있다.

 
한편 SPC그룹은 지난 11월 11일~12일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파리크라상의 샌드위치 모닝박스, 생수 등 계열사 제품들을 협찬해 내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 직전에 공정위 시정명령을 받는 문제가 있는 기업이 국가 중요 행사 협찬사로 들어간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룹 측 관계자는 "시정명령과 G20은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당시 지적된 문제들은 고쳐지고 있다"고 밝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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