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조규상 기자] LG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모처럼 개선된 실적을 내놓았다. 21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적자폭을 줄이면서 기대감을 갖게 했다.

LG전자는 지난달 30일 MC사업본부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06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21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지만 적자폭은 줄어들었다.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감소했으며,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13.2% 줄었다.

우선 Q51과 Q61 등 ODM 방식으로 생산된 보급형 모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더해 G·V 시리즈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모두 폐기하고 새로운 디자인과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파격적으로 체질 개선을 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대감이 한 순간에 좌절감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룹 내 프로야구단인 LG트윈스의 행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등 피처폰 시대를 풍미한 후 오랜 침체기에 접어든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LG트윈스와 많이 닮았다.

1990년대 신바람야구로 돌풍을 일으킨 LG트윈스도 2002년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2012년까지 10시즌 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며 암흑기를 겪었다.

오랜 침체의 늪에는 명확한 진단이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트렌드에 뒤쳐졌고 전성기 시절 같은 특유의 색깔도 보여주지 못한 채 수장만 바꾸기 일쑤였다.

LG트윈스는 2013년 2군 구장인 이천의 챔피언스 파크를 짓고 육성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내실을 다진 결과 올해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으로 거듭났다.

LG전자의 MC사업본부도 이제는 지속적 모멘텀을 구축해야 할 시기다. 승부수를 띄운 중저가 시장에서는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올해 2분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반중 정서가 확산돼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이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반중 정서가 확산된 인도에서 지난 5~6월 스마트폰 판매량이 10배 증가하기도 했다.

매스 프리미엄 제품인 5G 스마트폰 LG벨벳도 시장에 안착시켜야 한다. 전략 스마트폰인 LG벨벳이 국내외에서 LG전자를 대표하는 모델로 중심을 잡아야 스마트폰 라인업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LG전자는 이달 말 첫 보급형 5세대(5G) 스마트폰인 'LG Q92 5G'를 선보인다. 내달 말에는 새로운 폼팩터를 갖춘 5G 스마트폰 윙(코드명)을 출시한다. LG벨벳은 북미시장에도 본격 투입할 예정이다. 보급형과 신규 폼팩터 투트랙으로 하반기 5G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것이다.

LG전자의 승부수가 적중해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나라 스마트폰이 글로벌 시장에서 멋지게 경쟁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