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옛날 어느 마을의 한 의사는 중한 병을 고치면 치료비로 돈을 받지 않고 마을에 살구나무 다섯 그루를 심게 했고, 가벼운 병을 치료하면 살구나무 한 그루를 심도록 했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자 온 마을은 살구나무 숲(杏林)을 이루게 됐고, 모든 전염병도 이 마을은 피해갔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은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한다. 그래서 행림(杏林)이라 하면 병을 고치는 치유사를 의미한다.

산업화에 의한 기후 변화로 인해 각종 이름도 낯선 바이러스(virus)가 외부로 유출돼 뜻하지 않은 전염병이 지구촌에 공포로 몰려오고 있다는 염려가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2016년에 있었다. 당시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탄저병으로 순록 2000마리 이상이 죽고 96명이 입원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는데,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 사체가 그대로 노출돼 병원균이 퍼졌다고 분석했다.

빙하와 함께 얼어 붙어있는 바이러스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얼음에 포함된 '위험'은 실재하며, 전 세계적으로 녹아내리는 얼음이 증가함에 따라 병원성 미생물의 방출로 인한 위험도 증가 한다"고 지적한다.

왕관의 모양을 한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는 원래 코감기 바이러스로, 과거에는 큰 관심도 없이 무시했으나, 돌연변이를 거쳐 온 인류를 공포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슈퍼 바이러스로 발전된 것이다.

인간과 유전자 구조가 유사한 원숭이나 박쥐가 대체로 중간 숙주인데, 몸이 뜨거운 박쥐는 서늘하고 습한 동굴에 서식하면서 몸을 식히며 온갖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과거 사스(SARS)는 박쥐와 사향고양이에서 중증 호흡기 질환인 메르스(MERS)는 박쥐와 낙타가 중간 숙주 역할을 했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는 박쥐와 박쥐를 잡아먹는 뱀 또는 개미핥기인 천산갑이 중간 숙주로 의심되고 있다.

거대한 대륙의 내륙인 양쯔강 중류, 후베이성의 우한은 중국의 4대 화로(火爐) 중 하나로, 화난 수산시장은 수산물뿐만 아니라 각종 야생동물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책상다리와 비행기만 먹지 못 한다'는 중국에서 정글과 동굴이 많은 우한은 야생 박쥐와 뱀뿐만 아니라 천산갑도 특별한 보양식으로 거래되며, 대체로 열대 정글국가 들의 공통된 음식 문화의 보편적 단면이다.

코로나-19의 초기 증상은 추위를 싫어하면서 열이 나고(惡寒發熱), 땀이 많고(有汗), 관절 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프며(肢節痛), 심한 두통(頭痛), 목이 아픈 인후종통(咽喉腫痛), 기침, 천식 등의 호흡기 문제가 발생한다. 점차 가슴 통증(胸痛)과 폐렴을 거쳐 패혈증(敗血症)으로 발전돼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그 진행 속도나 전염력도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상상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통계되고 있다.

오늘날의 행림(杏林)은 없는 것일까? 돈 보다는 살구나무를 심게 하는 의사는 없는가? 물질적 풍요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물질만능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의 또 다른 고통과 절망은 거듭되지 않을는지 걱정이다.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만이 문제의 핵심을 해결하는 능사가 아니다. 언제든지 코로나 보다 더 강력한 또 다른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지구촌 전체가 또 다시 팬더믹(pandemic)에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생활한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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