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조규상 기자] 필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 대학가 설빙 매장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됐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된 설빙은 입구에 매장 이용이 허용된다는 문구를 붙여 놨다.

입장이 허용된 설빙은 손님들로 붐볐다. 커피를 마시며 공부하는 카공족, 여럿이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느 커피전문점과 다르지 않았다. 반면 근처에 위치한 이디야와 스타벅스는 텅 빈 매장 안에 직원들만 눈에 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이번 주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 주문만 된다. 그러나 설빙의 경우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제약을 받지 않는다. 파리바게뜨·뚜레쥬르와 같은 '카페형' 매장의 경우도 제과점으로 등록돼 일반음식점 기준이 적용된다. 심지어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도 입장이 허용된다.

삼삼오오 모여 음료를 마시며 장시간 매장에 머문다는 점, 심지어 판매하는 제품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는 것이 참 의아한 부분이다.

자연스럽게 점주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정부의 방침이니 따라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제한하려면 유사 업종과 개인 카페도 똑같은 잣대로 적용해야 한다.

일반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카페보다 테이블 간격도 좁고 음식을 나눠 먹는 일도 생기다 보니 감염 위험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방역당국은 "정부의 강제력만으로 국민의 모든 활동을 차단할 수는 없다"며 "일부 허점이 있더라도 시민들 스스로 자발적인 방역의 주체가 되는 게 먼저"라고 밝혔다.

감염 위험은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심지어 형평성에도 맞지 않은 방역조치로 논란을 키운 정부가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K-방역을 그토록 자랑하던 정부의 방역지침이 겨우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일까. 이쯤 되면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될 경우 이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은 마련됐는지 자못 궁금하다.

올해 초 정세균 국무총리가 신촌의 한 커피전문점을 방문해 "돈 많이 벌면 혼자 쓰지 말고 직원도 좀 많이 쓰시고 세금도 많이 내고 그렇게 하세요"라는 발언이 뇌리를 스쳐간다. 커피전문점 점주들은 유난히 더 가혹한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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