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상담을 마치고 2층 요양 병동으로 오르는 발길이 유난히 기운이 없고 쓸쓸해 보인다. 뒤돌아보며 "그래, 나는 아무렴 괜찮고 너희에게 의지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 자식들아, 너희나 건강해라, 행복해라"하고 기도하는 간절한 모습이다. 평생을 오로지 자식들 걱정하면서 살아 온 어머님은 아흔 둘의 연세에 경미한 치매 증상에다, 고관절을 다쳐 걸음도 자유롭지 못하다. 야간에는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데, 시골의 비어있는 집에 가서 이웃 친구들과 어울려 남은여생을 살겠다고 자식들을 만날 때마다 '집은 수리해 두었느냐'고 다그친다. 그런 어머님을 코로나 때문에 같이 올라가 거주할 환경조차 살피지 못하고 돌아서야 하는 발길이 세 살 어린애를 화롯가에 두고 나온 것 같이 아찔하고 안타깝다.

누구나 치매는 나이 들어서 가장 피하고 싶은 노인 질환이다, 하지만 내 의지대로 비켜 갈 수는 없다. 치매란 여러 가지 인지 기능의 지속적인 저하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을 하는데 곤란을 겪는 상황을 말하며, 과거 우리는 노망이라 부르기도 했다.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대체로 ▲뇌 안에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몹쓸 단백질이 쌓이고 이것이 신경세포 퇴화를 야기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뇌혈관 질환에 의해 뇌세포가 손상을 받아 발생하는 즉, 큰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출혈을 야기하거나 작은 혈관이 반복적으로 막혀서 나타나는 뇌졸증의 혈관성 치매가 대표적이다.

치매의 주요 증상으로는 기억력과 판단력 및 방향감각 저하, 어눌해 지는 언어장애, 우울증이 있다. 더 진행이 되면 가족을 몰라보거나 대소변 실수를 하며, 걸음걸이와 구음 및 삼킴 장애, 안면마비와 편측마비 등을 보일 수 있다. 의욕이 없거나 귀찮아하고 화를 잘 내며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치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는 현재로서는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했다. 이러한 치매를 예방하고 진행을 늦추는데 좋은 약선차를 조심스럽게 소개한다. 원지4, 석창포4, 복신4에 용안육4, 오미자1, 당귀4, 유자피2, 모과2, 아마인2, 초석잠2, 은행잎2, 강황2, 노루궁뎅이 버섯2, 천마2, 대추2, 산사1를 가감해 중탕하여 하루 2회, 호두와 잣을 고명으로 띄워 식후에 마시는 것이다.

초석잠4, 원지4, 석창포4, 복신4은 기억력증진과 치매 예방 및 치료에 이용되는 총명차로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이나 방약합편에 없는 전통적 중국 처방이다. 총명차는 건망증, 불면증 신경쇠약에 쓰는 귀비탕(歸脾湯)에서 유래하였으며, 비위(脾胃)와 장(腸)은 뇌에 영향을 주는 제2의 뇌로서 소통과 집중력에 영향을 준다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자피, 모과, 오미자는 천연 구연산으로 DNA 촉을 맑게 하여 치매를 예방하며, 은행잎과 천마는 뇌의 기억력과 혈행 개선에 도움을 준다. 노루궁뎅이 버섯은 뇌를 활성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신경세포 증식인자(NGF) 합성촉진 물질인 헤리세논과 에리나신이 천연물질로는 최초로 발견됐다. 또한 인도 카레의 주성분인 강황은 항염, 항균 효과가 있어 깨끗한 뇌수를 유지시킴으로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튼 모든 질환이 그렇듯이, 특히나 치매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 사람을 무척 괴롭게 하는 안타까운 질환이다, 세상을 그만 등지는 날 까지 모두 다 같이 치매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 /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생활한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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