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김기율 기자]"업계 순위와 규모, 연체율을 믿고 투자했는데…이자는 고사하고 예치금까지 못 뺄 줄은 전혀 몰랐죠"

높은 수익률과 낮은 연체율만 믿고 투자했던 P2P업체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자금 운용과 관련해 아무 내용도 드러나지 않은 '깜깜이 투자'의 눈덩이가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대출자에게 자금 조달의 길을 열어주고, 투자자에게는 수익을 보장하는 안정적 투자수단을 제공하겠다는 P2P금융 도입 초기의 취지는 무색해진지 오래다.

금융당국은 최근 P2P업체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을 시행하고 실태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장부상 채권과 실제 채권을 맞춰오라는 간단한 회계감사 보고서조차 내지 못한 P2P업체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보고서를 낸 업체라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시소펀딩은 적정 의견을 받아 금감원에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일부 상품에서 연체가 발생하면서 경찰에 고소가 접수됐다. 마찬가지로 적정 의견을 받았던 코리아펀딩 역시 연체가 발생했다. 설명회를 열고 해명하겠다던 코리아펀딩 대표는 설명회 20분 전 이를 돌연 취소했다.

온투법 시행 이후 이자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 코리아펀딩의 해명은 이를 더욱 뒷받침한다. 코리아펀딩은 "이번 시행된 금융업법의 여파로 인해 펀딩 금액이 급감해 상환돼야 하는 일부 금액에 대한 원금이 지급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 신규 투자금이 상환과 연결됐다는 점에서 돌려막기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P2P금융의 부실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금융당국은 신성장을 일으킬 '혁신 금융'이라며 P2P금융을 대대적으로 띄워줬지만 소비자를 보호할 뚜렷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를 틈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P2P업체들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 투자자를 현혹시키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에 급급했다.

570억여원의 투자금이 묶인 블루문펀드가 대표 사례다. 금융감독원은 블루문펀드 이슈가 터지기 4개월여 전인 지난 3월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이상 징후를 포착했음에도 이를 즉시 알리지 않았다. 이후 블루문펀드는 커뮤니티 카페와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고 지난 8월 대표가 잠적하기 직전까지 영업을 이어갔다.

연달아 터지는 P2P 금융 사고에도 금융당국은 "조치할 권한이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여기에 온투법은 투자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법안 취급을 받고 있다. 온투법 시행을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를 내세웠던 금융당국의 모습에 '혁신'과 '메기'를 내세우며 P2P금융 띄워주기에 바빴던 몇 년 전 상황이 오버랩 되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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