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조규상 기자] 결국 통신비 2만원 지급이 현실화됐다. 예산에 비해 그 효과가 크지 않아 부정적인 여론도 형성됐지만 정부와 177석 여당의 뜻을 굽힐 수는 없었다.

"통신비 2만원을 고집 말라"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협상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추석 전 신속히 처리돼야 할 4차 추경안에 찬물을 끼얹었을 때의 역풍은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야당이 내놓은 대안은 지급 기준의 모호함으로 혼란만 가중시켰다.

야당은 통신비 지급 대상을 전 국민에서 만 16∼34세 및 65세 이상으로 바꾸는 대안을 제시했고, 여당은 이를 수용했다.

여야는 만 35~64세 계층이 대체로 고정수입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들을 제외시켰다. 그러나 기준이 소득·자산으로 나뉘지 않고 연령별로 나뉘다 보니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긴 꼴이 됐다.

예를 들어 2만원에 큰 감흥도 없을 유명 아이돌들에게는 지급되고, 영업 중단으로 몇 달째 월세를 못내는 카페 사장은 40대라는 이유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다.

한 누리꾼은 "BTS·손흥민도 통신비를 받는데 왜 우리는 못 받느냐. 세금은 우리가 가장 많이 내는 세대인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나마 9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약 5200억원 가량 절감돼, 이 재원이 의료 수급권자와 장애인 연금·수당 수급자 등 취약계층 105만명에 대한 독감 무료 예방접종과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 등에게 투입되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4000억원 가량의 예산은 낭비될 처지에 놓였다. 애초에 9000억원을 모두 투입한다면 더 많은 취약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데 말이다.

얼마 전 인천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 중태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일차적으로 부모의 돌봄 방치가 이유지만 코로나19로 등교가 중단되면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점도 하나의 발단이 됐다.

이들처럼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세금이 투입된다고 반발할 이가 있을까.

40·50세대가 진정 분노한 것은 2만원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낸 세금이 허투루 낭비되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추경은 속도가 관건이라고 하지만 재정이 적재적소에 투입돼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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