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국정감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상임위원회는 아예 화상회의로 진행한다고 한다. 국감 증인을 포함해 주요 기관장들과 함께 했던 보좌관 등 참석자도, 취재 기자도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한다.

국정감사가 국가와 국민의 민생을 위한 국정감사가 아니라, 국정감사를 수행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하는 국정감사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지난 2019년 국정감사를 보더라도 '기승전 조국' 국정감사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내용을 20일 동안 질의 및 응답을 했다. 상임위별 살펴야 할 국민적 관심사와 국민들 생업에 관련한 현안 및 국정은 뒷전으로 했다. 그래서 결국 국회 무용론까지 나온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의 주요 현안을 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軍) 복무 특혜 의혹,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살 사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요트 구매 미국 출국, 코로나를 핑계로 한 '정치 방역' 논란, 국가 채무 폭증 등 국감을 통해 의혹을 해소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내실 있는 국정감사, 민생·정책 국정감사가 되려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감 증인 채택을 비롯해 야당의 합리적 요구를 여당이 수용하는 게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감사는 심각할 정도로 민주당이 정부 감싸기를 넘어 '정권 호위 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탓에 하나 마나 한 국정감사가 될 우려가 농후해 졌다.

추 장관 아들 건과 관련된 증인이나 참고인이 단 한 명도 채택되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국민적 관심은 외면한 채, 오직 민주당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가족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밖에 안보인다.

관련자들이 국정감사에서 직접 증언을 하겠다고 밝혔는데도 민주당은 거부했다. 이에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가 사퇴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국감에서 국민적 관심사를 묻고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추 장관 아들 건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일 때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이제는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밝혀졌다는 이유를 내세워 증인·참고인 채택 거부 억지를 부리고 있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 국감 증인 채택에 열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전형적인 이중 잣대다. 내로남불이다.

추 장관 아들 건은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부터 검찰의 부실·늑장 수사와 무혐의 처분, 그 배경으로 거론되는 무리한 검찰 인사 등 규명해야 할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민주당이 증인·참고인 채택부터 가로막고 나선 것은 정권 입장에서 켕기는 게 많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행정부 2중대'를 방불케 하는 민주당 행태는 행정부를 감시·견제할 입법부 책무를 포기한 것이다. 비록 국감은 흐지부지 시킬지 몰라도 국민은 더 큰 의혹을 품게 될 것이고, 정권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질 것이다.

국정감사가 정쟁의 장으로 퇴색할 경우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국방위만 따져도 북핵 등 안보 환경에 대비한 대비 태세 강화, 전작권 전환, 국방 개혁 등 짚어야 할 중요 사안이 수둑하다. 정기국회 시작부터 지적됐듯이 이런 일들을 뒷전으로 미루고 추 장관 아들 논란으로 날을 지새울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더 압축적이고 생산적인 국회가 되지 않고서는 가뜩이나 주눅든 민생 회복도 어렵다는 것을 여야 모두 명심해 국감에 임해주기 바란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 박사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