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신문=김다빈 기자]"왜 자꾸 사과나무를 심어? 내일 없어질 지구에다…" 

올해 초 인기리에 종영된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 대사 중 하나이다. 극 중 나오는 야구단 드림즈의 구단주인 대기업 재송그룹 상무가 해체수순을 밟으라는 지시를 듣지 않는 드림즈 신임단장에게 전한 말이다.

13일 국내야구판을 보면 이같은 스토브리그의 내용이 겹쳐보인다. 바로 구단주 격이자 야구단 최고인사의 도넘은 행보가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때문이다.

지난 8일 손혁 키움히어로즈 감독이 자진사퇴하며 이같은 논란이 재점화됐다. 키움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진사퇴'라고 명시했지만 의아함이 남는다. 

비록 손혁 감독이 사퇴하기 직전 9월 13일부터 한 달간 키움은 10승 15패를 기록, 승률 4할만을 기록하며 2위에서 4위까지 순위가 하락했다. 하지만 손혁 감독 해임 직전 키움은 3위에 위치해 있었고, 포스트시즌에서 우승까지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손혁 감독이 2년 계약 중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자진사퇴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그런데 야구팬들은 "키움이면 그럴 수 있다"고 한다. 무슨 말일까. 

바로 구단 프런트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곳이 키움 야구단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단 뜻이다. 

일전 이정석 키움 히어로즈 대표 역시 거액의 선수트레이드 뒷돈을 챙기며 그래왔고 징역을 받으면서도 '옥중경영' 의혹이 붉어지며 프런트의 입김은 끝내 가시지 않았다.

키움은 '옥중경영'이란 선을 끊기 위해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이사를 이사회의장으로 데려왔지만 별반 다를 건 없어보인다. 

허민 이사회의장은 현재 위메프 지분을 80% 이상 갖고 있는 위메프 최대주주다. 허 의장은 2018년 12월 이사회의장으로 취임한 후 지난해 12월에는 위메프 대표대행을 맡고 있는 하송 위메프 부사장까지 키움 히어로즈 대표로 앉히며 영향력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12일 SBS 보도에서는 충격적인 소식도 나왔다. 허민 대표가 신임 이사회의장으로 부임하던 올해 1월 키움 1군선수들을 강남 위메프 본사로 오게한 것이다. 이사회의장 선임을 축하하기 위해 1군선수들이 직접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또 해당선수들은 허 의장 집무실 옆에 마련된 야구 연습장에서 허 의장의 투구를 평가하기도 해야했다. 

앞서 허 의장은 올해 2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중에 선발 등판하며 야구팬에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어 6월에는 2군 타자를 세워놓고 라이브 피칭을 하며 선넘은 행위를 지속 펼쳐보였다.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배려없는 구단주격 최고인사의 '갑질'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이처럼 키움 야구단 구단주격인 위메프 인사들의 도넘은 행보에 되레 이미지를 훼손당하고 있는 것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2018년 11월 당시 넥센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야구단 운영에 발을 들였다.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다. 이에 키움증권은 더욱 가깝게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에 높은 관심을 보여온 바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키움증권의 '자충수'로만 보인다. 건전한 야구단 운영을 위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자구 움직임을 보였지만 위메프가 친 '병살타'로 실점하고 있는 쪽은 키움증권이다. 

앞서 언급한 스토브리그 구단주의 말을 들은 신임 단장은 이렇게 답했다. "해체하시라면서요. 우승 이후 해체.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진정 키움증권이 바라고 있는 것은 단순 키움증권 홍보에만 그치는 것일까. 수술은 의사에게, 야구 운영은 야구단이 맡는 정상적인 모습을 야구팬들은 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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