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기 위해 지난 19일 또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야권 인사 및 현직 검사 로비 의혹'을 제기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폭로가 계기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과 검사의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이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억대 금품 로비와 검사·수사관의 향응 등을 진술했는데도 윤 총장이 뭉개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추 장관은 어제 "서울중앙지검과 남부지검은 총장 지휘를 받지 말고 결과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반면 대검은 "법무부 발표는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 의혹을 보고받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검사 비위 의혹도 지난 16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된 뒤 즉시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 10개월도 안 돼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을 두 번씩이나 행사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지휘선상에서 배제했다. 장관의 지휘권은 추 장관 이전에는 헌정사상 단 한 차례 행사됐을 뿐이다.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는 그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 등과 관련한 비위 보고를 받고도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나, 사실이 아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갖고 윤 총장을 밀어내려는 모략으로 비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의 주장과 대검찰청의 반박을 보면 어느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드러난다. 대검은 윤 총장이 뒤늦게 관련 보고를 받고 즉각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반면 법무부는 라임 사기혐의범 김봉현 씨의 소위 '옥중 입장문'에 써 있는 것을 근거로 되었다.

추 장관의 잦은 수사지휘권 행사는 정권이 입만 열면 내세우는 검찰개혁과도 거리가 멀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정권으로부터 독립이다. 그런데 추 장관은 검찰을 장기판의 졸 부리듯 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수사팀을 해체하고 친정권 검사로 수사진을 짜는 것도 모자라 이젠 수사를 공명정대하게 하라고 재촉하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까지 박탈했다.

구체적인 증거나 엄정한 조사를 통해 '윤 총장의 수사 뭉개기'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기범 주장만 믿고 추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너무 성급한 조치라 보여진다.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시점에 김 전 회장의 옥중 폭로를 빌미 삼아 윤 총장을 공격하는 것은 수사를 무력화하고 윤 총장을 찍어내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추 장관은 채널A 사건에서도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의 수사권을 빼앗아 논란을 빚었다. 일각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밀어붙이려는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이전투구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든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라도 특검을 임명해 혼란을 줄이고 진상 규명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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