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하수오, 인삼과 더불어 3대 명약으로 일컬어지는 구기자는 영지버섯과 함께 십장생에 나오는 불로초로 추정되는 약초 중 하나이다. 콜린(choline) 대사물질의 하나인 베타인(betaine)이 풍부해서 간세포 재생과 지방축적을 억제하고,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동의보감에서 구기자는 '내상이나 심한 허로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하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며, 음(陰)을 강하게 하고, 정기(精氣)를 보하고, 얼굴색을 밝게 만들고, 눈을 밝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장수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구기자는 혈액의 산도(酸度)조절에 도움을 주는 효능이 있다. 혈액의 산도가 높아지면 적혈구가 응집이 되고, 백혈구의 활동성이 낮아져서, 즉 면역이 저하되고 혈액순환의 장애가 초래된다. 혈액을 통해 각 장기와 신경 등 몸의 세포들이 영양분을 공급받는다고 했을 때 혈액의 건강한 산도를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이럴 때 구기자는 혈액의 산도를 안정시킴으로써 혈관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구기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에 자생하거나 재배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닝샤후이족 자치구의 영하 구기자가 세계 최고의 품질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양과 진도가 주산지이며, 수익성이 높고 수요가 증대함으로써 재배가 확대되고 있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선호했던 구기자는 새콤달콤하고 건포도처럼 달지 않아 간식으로 먹기에도 좋을 뿐더러, 청나라 서태후가 스테미너 보충을 위해 즐겨 찾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장제로도 유명하다. 또한 세계적인 스타 마돈나가 매일매일 중요하게 챙기기도 했던 고지베리(Goji berry)의 본초명은 바로 구기자인 것이다.

구기자는 성질이 약간 차고 무독하며 단맛을 가지고 있으며, 간과 신장의 경락에 들어간다. 간신동원(肝腎同源)인 것처럼 신정(腎精)과 간혈(肝血)을 보충하는 기능이 같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져보면 끈적거리는 느낌이 있는데, 이는 우리 몸에 진액(津液)을 보충해주는 보음약초(補陰藥草)임을 의미한다.

구기자나무의 모든 부위는 약재로 쓰인다. 열매는 구기자로, 뿌리껍질은 지골피로, 잔가지와 잎은 십선차의 재료와 나물로 쓰인다. 이 세상에서 수명과 건강에 최고인 물은 구기자 나무 아래에서 샘솟는 우물이라고 전해올 만큼 구기자는 몸에 좋은 약초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실려 있는 '구기백세주'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 젊은 여인이 노인을 회초리로 때리는데, 지나가던 선비가 그 광경을 보고 놀라서 '여보세요, 젊은이가 노인한테 무슨 짓인가?'하고 야단을 쳤다. 그 때 이 젊은 아낙이 '내 말 좀 들어보세요. 아, 글쎄 이 아이는 내가 여든 살에 본 자식인데, 그걸 먹지 않아서 나보다 먼저 늙었잖소.'라고 답했다. 그래서 선비가 너무 놀라서 젊은 아낙에게 넙죽 절을 하고 그게 무엇인지 말을 해달라고 하니, 그 아낙은 '구기자가 들어간 구기 백세주라오'라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젊어진 비결이 구기자를 꾸준히 먹은 뒤에, 이가 다시 나고 머리가 검어지며 피부가 팽팽해졌다는 것이다.

구기자를 이용한 대표적인 방제로는 자주 어지럽고 두통과 이명(耳鳴)이 있으며 성내기를 잘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불면증이 있으며, 머리와 얼굴이 달아오르고 입과 목이 마르며 점차 눈이 침침해지는 간음허(肝陰虛)에 좋은 기국지황차를 들 수 있다. 기국지황차는 육미지황차에 구기자와 국화를 가감한 처방으로, 숙지황12, 산약6, 산수유6, 택사4, 백복령4, 목단피4, 구기자4, 국화4로 구성된다. 육미지황차는 폐음허와 기저질환의 치료에 쓰이는 성약이며, 여기에 간과 눈에 좋은 구기자와 국화를 가하면 기국지황차이다. /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생활한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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