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한국거래소 거친 '금융관료 출신'
손해율 인상 등 손보업계 상황 반영한 '수익성 개선' 역량 보여야
'관피아 의혹' 없애기 위한 실무능력 입증도 과제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 단독 후보자 사진=뉴시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 회장 단독 후보자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다빈 기자]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차기 손해보험협회장 단독후보에 올랐다. 사실상 차기 협회장으로 내정된 것.

정 이사장이 인구 감소와 손해율 급증 등으로 위기에 처한 손보업계의 구세주가 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3차 회의를 열고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4명의 후보 가운데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정 이사장 외 후보는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과 유관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었다.

정 이사장은 다음 주 열릴 회원사 총회를 통해 새로운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선임된다. 회장 선임을 위해선 15개 회원사 중 10개사 이상이 참석해 6표 이상을 받아야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이사장은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1986년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을 거쳐 2014년에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2017년에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돼 이번달 1일부로 임기가 종료됐다.

정 이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손보업계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최근 손보업계는 높아지는 손해율 등을 보험요율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회되고 있는 '적자 리스크'를 안고 있다.

지난달 28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손의료보험 위험손해율은 131.7%로 지난해 동기 대비 2.6%p가 상승했다. 

이처럼 높아지는 손해율을 반영한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보험사들은 쉽게 움직일 수 없다.

정부는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보험료 인상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업계는 정 이사장이 정부와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업권 수익성을 개선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와 한국거래소 등을 거친 정 이사장은 금융당국과 금융권 인맥이 다수라 정부와 소통이 중요한 손보업계에서는 최적의 인물"이라며 "전임 김용덕 회장 역시 금융감독원장 출신으로 정부와 이해관계에서 순조로웠기 때문에 정 이사장도 부임 후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 금융관료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 출신의 '관피아' 의혹을 벗어나 실질적 실무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 역시 정 이사장의 과제로 부각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날 정 이사장의 손보협회장 내정 소식을 듣고 즉각 '선임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소연은 정 이사장을 낙하산 선임인 '모피아'라고 분류하며 "정 이사장의 내정은 보험산업 발전을 위해 지양해야 할 구태"라고 말했다. 이어 금소연 측은 "대정부 로비활동이나 방패막 역할이 아닌 손보협회장은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전문성을 갖추고 소비자 중심의 마인드로 정직하게 일하는 자가 선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도 "정 이사장이 과거 금융위에서 금융서비스 국장을 맡긴 했지만 전문적인 보험업 이력은 없는 상황"이라며 "손보협회장으로 부임된다면 정무능력 뿐 아닌 보험업계 수장으로서 실무능력을 갖췄다는 점 역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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