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인영 기자]"상위 20%의 소비자가 매출의 80%를 창출한다"

코로나19로 경기 전반이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20%를 겨냥한 '귀족 마케팅'이 성과를 올리며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샤넬 가격 인상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한 샤넬은 앞서 가격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소문' 만으로도 연일 화제가 됐다.

실제로 인상 전날인 이달 1일 주요 백화점은 개점 이전에도 샤넬을 사기 위한 고객들이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당시 샤넬 코리아 측은 환율 변동에 따라 국가별 가격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경제 원리에 따르면 본질은 다음과 같다. 고가격 정책을 통해 거래 장벽을 높이는 동시에 '희소성'을 강조한 것이다.

욕망을 자극하면 가격의 한계는 없어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을 올리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패션 상품은 기본적으로 사치재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질수록 희소성의 가치는 더욱 극대화된다.

무릇 인간이란 존재는 소유하기 어렵게 만들수록 더욱 소유하고 싶어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가격 인상 전략은 희소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귀족 마케팅의 주 타깃이 상류층이 되고 싶은 '중상위계층'인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한섬은 올해 초 프리미엄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의 상위 VIP등급을 세분화한 이후 1월부터 9월까지 VIP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128% 신장했다. VIP매출과 회원수가 늘면서 더한섬닷컴의 전체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7% 증가한 12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최상의 100명을 위한 더 스타 등급을 새로 추가하면서 이들만을 위한 특화 서비스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섬은 앞으로도 VIP를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와 차별화된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모든 성과는 마치 '귀족'이 된 듯 대접받기를 원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 낳은 결과란 의미다.

다만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나 잇따른 가격 인상은 상대적 박탈감과 소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남들의 소비를 시기하거나 비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안 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소비의 주체는 나 자신이며, 어떤 것이 합리적이고 똑똑한 소비인지는 본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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