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김기율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법정 최고금리 20%' 시행이 가시화됐다. 정부와 여당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령을 개정해 현행 24%에서 4%포인트를 추가로 낮추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는 야당인 국민의힘도 관련 법안을 내며 힘을 더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2월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춘 바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불법사금융에 내몰리는 소외계층이 늘어난다'며 인하를 반대했다. 이랬던 야당은 왜 3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 온건한 입장으로 선회한 걸까?

이들은 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과 시기가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 역시 '제로금리' 시대를 맞이했다. 경기까지 악화하면서 서민들의 '급전' 필요성도 커졌다. 이들을 상대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고리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까지 조성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최고금리가 낮아졌음에도 고금리 민간금융의 수익은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상위 20개사와 대부업체 상위 20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7894억원으로 2017년 1조2279억원보다 45% 이상 급증했다. 최고금리는 2016년 27.9%에서 2018년 24%로 3.9%포인트 낮아졌다.

금융권은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대출 심사가 깐깐해져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정부 역시 이러한 '선의의 역설'을 알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20% 초과 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 239만명(지난 3월말 기준) 중 13%인 31만6000명의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이들 가운데 약 3만9000명이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을 늘리고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과 신용회복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민간금융사 지원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 등도 검토 중이다. 또 지난 6월 발표한 불법사금융 근절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피해구제 범위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우려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정책들이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는 부동산 정책만으로는 치솟는 집값이 잡히지 않자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연달아 내놓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는 일.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역효과는 충분히 경험했다. 바로 옆 일본의 전례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시행령 개정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당정은 최고금리 인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최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대선 공약에 구더기가 끼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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