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타당성 검증 결과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은 안전과 시설운영·수요, 소음분야에서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 이후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달 내 특별법을 발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법에는 공항 개발 사전 용역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사전 절차를 단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 극심한 지역갈등을 치르면서 합의를 도출해낸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의 백지화가 공식화된 것이다.

동남권신공항 사업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본격 검토되기 시작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도 지역갈등이 깊어지자 연구용역을 거쳐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아닌 김해신공항으로 결론내린 사안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수조원이 투입될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기존의 개발 계획을 뒤집으려면 합리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원점에서 입지를 다시 정해야 하는 국토교통부로서는 1년 남짓 걸리는 기간이 변수다. 여당과 청와대의 노골적인 압박을 견뎌낼지도 의문이다. 검증 절차 없이 가덕도신공항으로 정해질 경우 관련 지방자치단체들 간 이해관계 충돌로 다시 한 번 지역갈등이 빚어질 게 뻔하다.

경남은 김경수 도지사가 "동남권 신공항은 가덕도가 최선의 대안"이라며 신속한 추진을 주장하면서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울산의 경우는 지리적 접근성을 의식한 듯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은 정치적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백년대계를 내다봐야 할 국책사업이 정치논리에 손바닥 뒤집듯 휘둘려선 안 된다. 야당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제와 뭐가 다른가"라고 묻는다. 혈세 수조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이 정치 포퓰리즘에 흔들리자 벌써부터 새만금·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신공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여당은 정책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국론분열과 예산 낭비로 국가경제가 멍드는 현실이 보이지 않는가?

동남권 신공항 계획은 백지상태에서 모든 대안을 검토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가덕도뿐만 아니라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의 보완, 과거 경쟁 후보지였던 밀양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전·예비타당성 조사 등 적법한 절차를 밟는 일도 중요하다. 국토교통부 역시 "(신공항 입지와 관련한) 원칙은 처음부터 다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의 셈법은 복잡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프로젝트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한 여당은 이번 기회에 특별법을 만들어 가덕신공항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년 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지역민의 숙원사업인 점을 의식해 가덕도 신공항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논리로 접근한다는 이야기다.

정치권은 표 계산에 급급하지 말고 긴 호흡의 논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논리가 아니라 합리적인 절차와 검증을 거친 입지선정과 사업 착수다. 안전하고 미래에 대비한 확장성을 갖춘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며 동북아 물류 허브를 만들 수 있는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갈등과 분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숙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용-편익측면, 국토균형발전, 일자리 창출과 투자유치 등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경제 기여 같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선거 국면에 따라 요동치는 국책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지향하는 동남권 신공항이 건설돼야 한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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