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중국, 오나라 때 이야기이다. 타이완 롄장현(連江縣)에 사는 한 나무꾼이 깊은 산속에서 아주 큰 거북이 한 마리를 잡았다. 횡재를 했다고 생각하고 꽁꽁 묶어 짊어지고 산을 내려와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룻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지막하게 "이봐 거북아, 거북아!"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누가 말하는 거야" 나무꾼은 몹시 의아해 가만히 귀 기울였더니, 강가에 서있는 수천 년은 족히 묵어 보이는 늙은 뽕나무가 말을 하고 있었다. "거북아, 너는 이제 곧 죽게 될 거야"라고 하니 거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산에 있는 모든 나무들을 다 베어다가 불을 지핀다 해도 나는 죽지 않아"라고 했다. 뽕나무가 걱정스럽다는 듯 "세상이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너무 자만하지 마, 나무 중에는 거북을 삶을 수 있는 나무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야, 그리고 이 나라에는 게갈각이란 현인이 있는데 그는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지"라고 말했다. 나무꾼은 이런 대화가 미심쩍었지만 무심코 지나쳐버렸다.

그리고 잡아온 커다란 거북을 왕에게 진상했다. 왕은 몹시 반기면서 나무꾼에게 큰 상을 내렸다. 그리고 삶아서 맛있는 요리를 하라고 요리사에게 하령했다.

왕실 요리사는 거북을 가마솥에 넣어 물을 펄펄 끓였다. 그러나 며칠을 삶아도 거북은 오히려 유유히 헤엄치고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난감하게 된 요리사는 왕에게 이 사실을 고했고 왕은 모르는 것이 없는 게갈각을 데려오도록 지시했다. 게갈각은 한참 동안 거북을 이리저리 관찰하더니, 왕에게 "이 거북은 누에를 먹고 천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절대로 죽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임금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라고 물었고, 게갈각은 "이 거북을 삶으려면 수천 년 된 늙은 뽕나무 장작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누에의 정령을 이 거북에게서 몰아 낼 수 있답니다"라고 답했다. 왕은 사람을 풀어 수천 년 된 늙은 뽕나무 장작을 구해 오도록 했다.

사람들에게 결국 강가에 있는 늙은 뽕나무가 발견됐고, 그 뽕나무 가지를 베어다 장작을 만들었다. 수천 년 된 늙은 뽕나무 장작을 지피자 가마솥의 물은 금방 펄펄 끓기 시작했고, 커다란 거북은 몸부림치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 누에와 오디만 먹고 살아온 거북이 결국 뽕나무 장작 때문에 죽고 만 것이다. 수천 년 된 거북을 끓인 물로 보양을 한 왕은 선정을 베풀어 오래도록 태평성대를 누렸다 한다.

뽕나무 과실로 오디(桑椹子)는 맛은 달고 성질은 차다. 음혈(陰血)을 보해주고 진액(津液)을 생성하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또한 대변을 무르게 하고 머리칼을 검어지게 한다. 우리나라 오디(Mulberry)는 다른 장과류(berries)와 같이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며 외래 종 베리와 비교하여도 영양과 효능이 오히려 우수하다. 안토시아닌과 같은 플라보노이드 계열과 페놀산이 풍부하여 강력한 항산화 작용 및 항염증 작용을 한다. 더불어 혈관의 죽상동맥경화증을 예방하고 간세포 보호 역할을 한다. 특이하게도 딸기나 라즈베리, 블랙베리와 달리 오디는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다. 특히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뽕잎(桑葉)의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서늘하다. 풍열(風熱)을 없애고 혈열(血熱)을 내리며 출혈을 멈추고 눈병을 낫게 한다. 고혈압 등에도 사용한다. 서구화된 입맛은 현대인들이 고혈압과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과 같은 성인병 발병률을 높였는데 뽕잎은 이러한 성인병을 예방해 준다. 뽕잎은 풍부한 칼륨과 라바와 루틴 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런 성분은 혈관과 면역력을 강화시켜 동맥경화, 고지혈증, 고혈압 환자들에게 좋은 식품이라 할 수 있다.

뽕나무 잔가지(桑枝)도 맛은 쓰고 성질은 평하다. 근육, 관절, 피부, 뼈 등의 통증, 부종, 고혈압, 사지마비,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에 쓴다.

뽕나무 뿌리껍질(桑白皮)은 맛은 달고 성질은 차다. 폐열(肺熱)로 기침이 나고 숨이 찬데, 혈담, 부종, 소변불리, 고혈압, 천식, 기관지염 등에 쓴다. 외용시는 탕액으로 씻는다.

뽕나무를 태워서 얻은 재를 상시회(桑柴灰)라고 한다. 맛은 맵고 성질은 차며 독이 약간 있다. 이 뽕나무 재는 부종을 내리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새살을 잘 돋아나게 하고 온갖 눈병을 고치며 머리 비듬에도 특효하다. 피 나는 것을 멎게 하고 새살을 빨리 돋아나게 하며, 재에 물을 부어서 받은 즙을 마시면 부종이나 만성 신장염에 매우 효과가 좋다. 또한 해독기능이 강하여 독초인 천남성을 잿물에 담궈 쓰면 안전하기도 할 정도이다.

성력(뽕나무 기름)은 뽕나무를 쪼개어 쪄서 나무 기름을 낸다. 나병, 눈썹과 머리카락에 창이 생기는 것을 치료한다. 파상풍에는 뽕나무 기름과 좋은 술을 섞어서 따뜻하게 하여 취할 때까지 먹는다. 취기가 깨면 풍은 흩어진다. 먹고 땀을 흠뻑 내는 것이 좋다. 한 번에 한 숟갈씩 하루 3-4번 마신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널려 있는 뽕나무이다. 위에 열거한 이외에도 모든 부위를 아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뽕잎이 둥그런 부채형과 잎이 갈라진 가새뽕잎형이 있는데 가새뽕잎형이 토종으로 효능이 더 뛰어나며, 부채형은 일제 강점기에 수입된 외래종이다. 그리고 가을 첫서리를 맞은 이후에 잎이나(露桑葉), 잔가지, 뿌리껍질을 채집하는 것이 더 좋다. /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생활한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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