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일 먼저 챙긴 것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및 감사과정에서 벌어진 불법 의혹'에 대한 수사 지휘이다.

대전지검은 감사원 감사 방해와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전·현직 인사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2일 청구했다.

그러자 지난 2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은 사퇴한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의 후임에 진보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 변호사는 원전 조작의 핵심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장관의 변론을 맡았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법무부 법무실장을 역임했다.

즉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는 법원의 제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밀어붙일 태세로 보여진다.

감사원에 따르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및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이해 못 할 일들이 숱하게 벌어졌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월성 1호기는 언제 멈추느냐"는 말 한마디에 경제성을 낮게 조작한 혐의와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2년 더 가동 필요성을 보고한 담당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는 폭언을 하면서,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이 작년 말 월성 1호기 관련 정보가 담긴 산업부 PC를 확보하기 전날 밤 산업부 공무원은 PC 속 원전 문건 444개를 삭제했다. 이 공무원은 검찰과 감사원 조사에서 "자료를 삭제한 다음 날 감사원이 PC를 들고 갔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나도 '내가 신내림을 받았나'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도됐다. 문건 삭제를 지시한 '윗선'을 숨기려는 황당한 진술이다.

결국 일련의 상황을 추론해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가 '검찰의 월성 1호기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사팀이 보완 수사를 거쳐 지난달 24일 오전 구속영장 청구 승인을 재신청한 당일 오후에 추 장관은 윤 총장 직무 정지를 명령했다. 문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에 나선 검찰을 겨냥해 "분명히 경고한다. 선을 넘지 말라"고 했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와 문 대통령으로 향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들에 다름 아니다.

경제성 조작에 관여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나 파일을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은 '깃털'일 뿐이다. 조작과 증거 인멸을 지시한 '몸통'까지 밝혀내 처벌하는 것이 검찰이 할 일이다. 혈세 7000억원을 날아가게 만들고, 국기를 어지럽힌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오기 정치로 징계를 강행하는 것은 결국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서다. 권력에 대한 수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조작 의혹 등으로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위헌 소지가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도 밀어붙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윤 총장 찍어내기와 공수처 설치를 강행하려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세력의 퇴임 이후 안전을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추 장관이 불법적으로 윤 총장 해임을 밀어붙인다면 또 다시 법원이 집행 정지 판결로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검사들의 저항에 대해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언급하며 경고했지만 대통령 자신부터 집단 이익 수호에서 벗어나 선공후사의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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