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김다빈 기자]"차 사고야 조심하면 되지만 몸은 언제 아플지 모르는데…"

정부가 민간 실손의료보험 개편안을 발표하자 일부 소비자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비급여 치료를 받게 되는 원인을 해결하는 구조적 개선보다는 단순히 비급여 치료에 대한 보험료를 더 받겠다는 내용의 개선안이기에 나오는 반응들이다. 

정부는 9일 가입자만 약 38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평가받는 민간 실손의료보험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 골자는 비급여 치료를 특약보장으로 분리해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을수록 보험료를 더 내야하는 것이다. 

보험료를 받지 않는 가입자는 할인을 해주고, 보험금을 많이 수령한 이들에는 할증도 부여한다. 1년 간 비급여 보험금을 타지 않은 가입자는 1등급으로 해 5%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것이다. 1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2등급으로 할인, 할증을 받지 않는다. 단 100~150만원이면 2배, 150~300만원이면 3배, 300만원 이상이면 4배 할증이 적용된다. 

얼핏보면 보험료가 저렴해지는 것 같지만 자기부담금과 통원 공제금액이 오르는 점은 단순비교가 쉽지 않아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급여 치료의 10~20%, 비급여 20%의 자기부담금은 급여 20%, 비급여 30%로 오른다. 통원치료시 공제액도 현재 1~2만원 사이지만 급여 1만원, 비급여는 3만원까지 오른다. 

이처럼 병원을 많이 다니면 돈을 더내야하는 실손보험 개편안은 자동차보험을 연상케 하는 모양새다. 

자동차보험은 사고가 없거나 보험금 지급이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통상적으로 다음 회차 보험료가 저렴해진다. 하지만 사람의 건강이 차와 같이 조심한다고 해결될 문제일까.

비급여 치료를 환자 본인이 원해서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허나 현실은 병원에서 비급여 치료를 권장해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당뇨를 앓고 있는 한 60대 주부 A씨는 당뇨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사에게 비급여 치료를 권장받았다. "실손보험에 가입돼있으시냐"는 질문을 들은 후 "그렇다"고 하자, 의사는 "당뇨 수치가 그리 높지 않으니 당뇨약보다는 비급여로 분류되는 치료를 하시라"고 말했다. 

이처럼 병원의 비급여 진료 권장 등 과잉진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결국 비급여 항목관리, 비급여 진료비 표준가격제도 등 의료제도 개편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옛 속담에 '장사꾼은 오 리 보고 십 리 간다"는 말이 있다. 이윤만을 쫓는 장사꾼이 비율을 뜻하는 오 리(厘)를 벌고자 십 리(4km)라는 먼 거리를 간다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비꼬는 말이다. 이번 실손보험 개편이 눈 앞에 있는 문제만을 보고 뒤로 가는 정책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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