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허준의 '동의보감'이 1610년에 저술됐고, 조선에서 인삼이 재배되기 시작된 것이 18세기 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동의보감 이전의 의서(醫書)에 기술된 고려인삼은 아마 현재 우리가 일컫는 깊은 산 속에서 스스로 나고 자란 산삼이 아닐까.

인삼과 산양산삼(장뇌), 그리고 산삼은 성장과정과 관리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다. 파종에서 수확에 이르기 까지 사람들의 간섭으로 성장 관리되는 인삼. 하지만 대부분의 산양산삼은 파종 이후의 과정은 자연에 맡기며, 전혀 사람들의 손길과 관계없이 자연에서 나고 자란 것이 산삼이다. 물론 어떻게 파종되고 관리되느냐에 따라 그 종류도 또 다시 복잡하게 세분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려 지기도 한다.

인삼은 우리나라에만 있지 않고, 중국과 미국(화기삼)에서도 재배되고 수확되고 있다. 대체로 우리나라 인삼은 기운을 돋게 하는 보기(補氣)제로서의 기능이 강하지만 중국과 미국의 인삼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진액을 보충하는 보음(補陰)제로, 효능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삼은 채취한 상태의 생것으로 수삼, 살짝 쪄서 말린 백삼, 구증구포를 거친 홍삼으로 분류된다. 가급적이면 홍삼으로 이용하는 것이 부작용도 적고 효능도 훨씬 우수하다. 홍삼기나 오크 등의 보급으로 집에서도 손쉽게 홍삼을 제조하는데, 문제는 너무 오래 찌기 때문에 흑삼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 찌고 말리는 과정을 정성스럽게 아홉 번 반복함으로써 투명하고 밝은 효능 좋은 홍삼을 만들 수 있다.

그럼 여기에서 홍삼의 중요한 효능을 확인해 보자. 우선 원기(元氣)를 크게 보충하는 대보원기(大補元氣)이다. 여기에서 원기(元氣)란 원기(原氣)라고도 하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적으로 취득된 인체 생장 발육의 원천인데, 홍삼은 후천적인 영양물질로 작용해 끊임없이 양육해 선천적 원기를 영양시킨다는 것이다. 모든 질병은 원기(元氣)가 극도로 허(虛)함으로 인해 더욱 더 악화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식은땀이 나며 숨이 가쁘고 정신이 아찔해지는 급성 탈증이 올 수 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홍삼을 단독으로 다려서 복용하는데 독삼탕이라 한다.

다음으로 폐(肺)를 보(補)하며 비장을 든든하게 하는 보비익폐(補脾益肺) 효능이다.

다시 말하면 홍삼은 모든 허증(虛症)에 많이 쓰는데 폐허(肺虛)로 인해 숨이 가쁘고 숨결이 약해 몸이 나른하고 맥이 약한데 쓴다. 또한 비장이 허약해 먹은 것이 잘 소화되지 않고 설사, 헛배, 안색이 창백할 때 아주 좋다. 폐가 허약할 때는 합개·호도와 배합하고, 비장이 허약할 때는 백출·복령·감초 등 비위(脾胃)의 작용을 튼튼하게 하는 약초들을 배합하는데 바로 유명한 사군자탕(四君子湯)이다.

그리고 우리 몸 속에 진액을 생겨나게 하며 갈증을 멈추게 하는 생진지갈(生津止渴)의 효능이다. 여기서 진액(津液)이라 함은 인체 내의 필수적 수액(水液)을 가리키며 일종의 영양물질로서 혈액을 생성시키기 위한 성분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땀을 많이 흘리거나 열병증후로 허열(虛熱)이 있으면서 목이 자주 마를 때 효과적이다. 특히 당뇨병을 한방에서는 소갈증(消渴症)이라 하는데 이럴 때도 홍삼을 쓸 수 있다. 맥문동, 오미자를 배합해 쓰면 더욱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정신을 안정시키고 지혜를 돋아준다는 안신증지(安神增智) 효능이다. 심혈(心血)이 부족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답답한데, 홍삼은 모든 심신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화 시키는 효능으로 중추신경 계통의 흥분 및 억제작용을 정상화해 정신을 안정시키고 기억력을 강화시킨다. 이럴 때 산조인, 석창포, 용안육, 당귀 등을 배합해 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혹독한 시절에 우리 고유의 명약 홍삼으로 건강을 지키며 행복해집시다. /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생활한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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