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2개월의 정직 처분을 결정했다. 검찰총장 정직 징계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 총장에 대한 정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재가하면 효력이 생긴다.

정권이 권력형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총장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선례를 남겼다. 문재인 정권 들어 헌정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징계는 그 중에서도 상당히 적절하지 못했다. 징계 절차와 사유 모든 면에서 국민들의 법과 상식에 어긋난다고 보여진다.

이번 징계는 절차와 사유 두 측면에서 많은 흠결을 있다. 징계위원회는 예비위원을 배제한 채 친정권 인사들로 채워져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위원장을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징계위 소집 직전에 추 장관이 새로 임명한 인사로 적격성을 의심케 했다. 검사징계법 5조에는 위원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예비위원이 그 직무를 대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추 장관이 '소추와 심판 분리'라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징계위를 급조해 졸속 징계에 나섰기 때문이다. 징계위가 문제 삼는 윤 총장의 정치 중립 논란도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여권은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면 자의적으로 '중립을 어겼다'고 낙인을 찍고 있다. 윤 총장이 권력 비리 수사에 적극 나섰기 때문에 여권이 검찰총장 임기 무력화를 시도한다는 사실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추 장관과 징계위원 등 정치에 물든 인사들이 임기가 남은 검찰총장을 밀어내는 선례를 만들면 유사 사태는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여권은 검찰 개혁을 내세우면서 검찰 독립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일 뿐이다. 징계위가 절차를 무시하고 검찰총장을 징계한다면 나중에 자신들도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윤 총장은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함께 정직 집행정지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권리다. 지난달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위에 회부하면서 직무정지를 내릴 때 서울행정법원은 "(직무정지는) 검찰독립과 정치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불법적 징계로 인한 정직도 같은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윤 총장은 울산시장 청와대 개입 의혹, 옵티머스ᆞ라임 의혹에 이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혹 수사를 적극 지휘 중이었다. 이 때문에 집권 세력이 자신들을 향한 수사를 막으려고 윤 총장을 제거하려 한다는 의심과 억측이 파다했고, 결국 윤 총장 정직으로 현실화하고 말았다.

현 정권은 그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보장을 누누이 공언해왔다. 그게 진심이라면 집권 세력은 세간의 의혹 불식을 위해서라도 진행 중인 검찰의 권력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검찰총장 2년 임기제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장치다. 따라서 현직 총장의 정직은 총장 임기제를 무력화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이는 검찰의 정치 예속화를 부추기고, 권력 눈 밖에 난 검찰총장은 언제든 징계나 교체가 가능하다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권력 비리를 감시ᆞ처벌해야 하는 검찰의 독립적 수사 기능이 위축되면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이 깨지게 된다는 것을 현 정권은 새겨야 한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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