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왕진화 기자]지인이 지난 달 아이폰12 프로로 바꿨다.

한 달여가 지난 뒤, 며칠 전쯤 필자에게 "통화품질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본인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통화가 시작되자마자 실제로 마치 수도를 세차게 튼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혹시 설거지 중이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고 물이 거칠게 흐르듯, 라디오 주파수 조정할 때 나는 그 '지지직' 소리가 날 뿐이었다. 하지만 지인은 그것조차 말해준 뒤에야 깨달았다고 한다. 

지인은 에어팟으로도 연결해 통화를 계속 이어가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에어팟도 그 기기에서의 통화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마치 발신자 목소리 변환 어플을 사용한 듯, 에코를 가득 넣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인은 "전화를 주고받았던 상대방들이 하루아침에 다 비슷한 지적을 해왔다"고 말하며 속상해했다. 

필자가 녹음한 파일을 갖고 그 다음날 서비스센터를 방문해봤지만 직원은 "진단프로그램으로는 기기 정상으로 나왔다"며 "기기 초기화시킨 뒤 검사를 진행한 뒤에도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그때서야 교체가 가능하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아이폰12 시리즈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통화품질 저하에 대한 불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뿐만이 아니라 밝기를 낮추면 디스플레이 하단이 핑크색으로 변하는 '벚꽃 현상', 검은 화면이 회색으로 보이고 화면이 깜빡거리는 '번개 현상' 등 디스플레이 문제도 다양하게 불거져 왔다. 

애플은 이러한 디스플레이 문제가 소프트웨어의 하자라고 판단해 업데이트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작 아이폰11에서도 녹조 현상이 나타났지만 iOS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하려 했던 모습과 오버랩이 된다. 

하지만 지난 7일 애플은 아이폰11 시리즈 일부 제품에 디스플레이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관련 무상 교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디스플레이 모듈 문제로 터치 인식 오류 발생 건에 대해 약 1년 만에 인정한 셈이다. 

이처럼 애플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지만, 이는 또 다른 '혁신'으로 가려지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애플이 자체 설계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아이카' 출시를 목표로 관련 시장 진입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국내외에선 연일 보도가 쏟아지는 중이다. 전기차 관련 주식 종목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폰12 결함에 대해 매번 새로운 이슈가 터지며 관련 뉴스도 매일 달라진다. 이럴 때일수록 애플은 본업을 잊지 않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내외 사용자들에게 결함에 대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결함 가득한 최신 스마트폰을 본 이후, 2024년도에 나올 첫 아이카를 탑승할 용감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모래 위에 지은 성은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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