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

지구를 인본주의로서 정복했다는 '호모싸피엔스(Homo sapiens)'의 저자 '유발하라리'는 그의 근작 '호모데우스(Homo deus)'에서 과거의 역사는 기아, 역병, 전쟁이 주된 내용이었다면, 인류의 미래는 행복, 불멸, 신성(神性)의 역사가 될 거라고 역설했다. 그럼 코로나(corona-19)로 팬데믹에 빠진 현실은 아직도 머나먼 미래와의 거리 속에서 과거의 연속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들의 이기심과 산업화로 파괴된 환경은 지구 온난화와 함께 더욱 더 다양한 역병에 시달릴 거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는 현실에서 새삼스럽게 시간을 미분해 본다.

오늘날 철도와 도로 및 항공 교통의 발달로 사람들의 이동이 쉬워지고 많아지면서 어느 한 곳에서 발생한 전염병은 빠른 속도로 다른 곳으로 전파된다. 코로나의 최초의 발생 지역이 중국이든 이태리이든 불과 한 달이 되지 않아 세계 전 지역에 퍼지고 고통 속으로 몰아갔다. 우리 인류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갈 방법을 찾을까. 매번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 할 때마다 엄청난 생명을 담보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공포 속에서 기다려야만 할까.

우선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 그 어떤 생소한 바이러스에도 무너지지 않고 잘 견딜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 면역력은 어떻게 양생해야 하며 만병을 다스리는 백신은 개발될 수 있는 것일까. 과학자나 의사나 건강에 관심이 있는 모두가 한결같이 고민하고 연구해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또는 치료할 수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발생과 활동이 출현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가능한 것일까. 그렇기 때문에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헛소문에 현혹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귀는 근거 없는 소문에 바쁘게 팔랑거리고, 온갖 매체들은 근거 없는 달콤한 뉴스들을 누에 실 뽑듯이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분석하면 터무니없는 자료들인데도 절대적인 믿음으로 움켜쥐고 내려놓지 않는다. 엉망인 정보일수록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붙들고 흔들어댄다. 어떤 공중파에서 '다이어트에 빼빼목이 좋다'고 방송된 뒤 시중의 빼빼목이 품귀를 빚고 가격은 다섯 배 이상 껑충 뛰었던 사건이 있었다. 어떤 자연인은 산 속에 들어와 '우슬'을 꾸준히 달여 음용하고 무릎 관절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도 한다. 사실이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왠지 씁쓸한 미소가 가셔지질 않는다.

방제에는 원칙이 있다. 몇 가지 소수의 약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약초는 독성을 지니고 있다. 곧 약초는 독초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 가지 약초만을 단방(單方)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대체로 부작용을 수반한다. 단방은 한 가지 약초만 다루므로 만들기가 간편하고 그 맛이 담백하며 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기에 급성병을 빠르게 치유하기 위한 경우에 단기 사용으로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방법이다. 부작용을 우려해 대부분의 경우에는 여러 약초를 조합하는 복방(複方)을 하게 된다.

이 때 방제의 원칙으로 주된 병을 다루는 군약(君藥), 군약의 약효를 돕는 신약(臣藥), 군신 약초의 부작용을 견제하며 겸증(兼症)을 치료하는 좌약(佐藥), 혼합된 약초의 조화와 병증 부위로 인경(引經)하는 사약(使藥)으로 구성해야 한다. 물론 재료의 사용량도 군약이 가장 많고, 군신좌사(君臣佐使)로 가면서 점차 줄여서 사용한다. 물론 때로는 부작용이 없도록 모두 동량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심비(心脾)가 허하여 식욕이 부진하고 온 몸이 나른하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불안하며, 건망증, 불면증, 식은땀, 천식, 놀람, 신경쇠약증, 갑상선 기능 항진증 등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관련해 쓰는 귀비탕(歸脾湯)의 구성을 보자. 황기6, 만삼(인삼)6, 당귀4, 용안육4, 백출4, 목향2, 복신4, 원지4, 산조인4, 백작약4, 감초2, 생강2, 대추2로 돼 있는데, 여기에서 황기와 만삼이 군약이며. 당귀와 용안육은 신약이다. 백출, 목향, 복신, 원지, 산조인, 백작약은 좌약이며, 감초, 생강, 대추는 사약이 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치국(治國)이요, 병을 다루는 것은 치병(治病)이다, 나라에 임금이 있고, 그 밑에 임금을 보좌하는 대신이 있으며, 또한 임금에게 간언하고 견제하는 부서와 관리가 있고, 백성이 있는 것과 같이 치병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원리이다. 이러한 원리 하에서 올바로 방제하여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다. /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생활한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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