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집권 5년차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국민 대다수가 관심을 가졌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분은 '국민통합'이라고 하지만, 최근 하락한 대통령 및 민주당 지지율 극복을 위해서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의 사안을 국민여론대에 던져보니 민주당 내 국회의원 및 친문 세력들의 집단적인 반발로 인해 특별사면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을 판단한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민통합과 국격의 차원에서, 또 불행한 한 시대를 매듭짓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지지층 반대를 무릅쓰더라도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할 문제라 보여진다. 그런데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 부정평가 및 감옥에 있는 사람한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 애초부터 사면에 대한 정치공학적으로 검토만 했지, 국민통합에 따른 진지한 검토는 전혀 없었다고 보여진다.

민주당이 소속 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에 따른 보궐선거에 '무공천' 원칙이 담긴 당헌까지 바꿔 가며 공천키로 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이 고정불변이 아니듯 당헌도 고정불변일 수 없다"고 했다. 궁색한 변명으로 밖에 안보인다. 해당 규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당 대표 시절 정치혁신의 일환이라며 만든 것이다.

가장 논란이 있었던 것은 '입양 아동 학대' 문제를 언급하며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해 많은 국민들로부터 "입양 아동이 무슨 쇼핑하는 상품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입양은 진열대 물건 고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기대해서 입양해서는 안된다. 입양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10년 전에 인터뷰를 한바 있다. 대통령의 발언과 완전히 대비된다.

집값 폭등의 이유를 지난 1년 전에는 "투기꾼 때문"이라고 하던 것을 이번엔 "예상을 뛰어넘은 1인 가구 급증과 유동성 탓"으로 돌렸다. 집값 폭등의 원인인 각종 규제와 공급부족, 임대차법의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1인 가구가 '투기꾼'이란 말인가?

또 북한이 올해 핵무력 증강을 선언했음에도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있다며 여전히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정세 판단을 이어갔다.

집권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과 사고는 전반적으로 국민전체의 통합보다는 지지층만 바라보는 것 같아 상당히 안타깝다. 문재인 대통령이 '진보 진영의 대통령'이 아닌 '통합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 지지층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2021년은 문재인 대통령에겐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이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임기 마지막 해에 측근 비리 등으로 국정 지지율이 급락하며 극심한 레임덕 현상을 빚었다. 문 대통령 역시 비상한 각오로 새해 국정에 임하지 않으면 격렬한 정치 갈등에 휩싸여 허송세월하기 십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보다 지난 임기동안 정책에 대한 실책을 뼈저리게 돌아봐야 한다. 그로 인해 정책 방향을 바꿀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변경을 해야 한다. 180석만 믿고 오만함과 강성 지지층만 쳐다본 진영논리로 정권을 유지한다면 역대정부의 사례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 박사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