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곧 우주와 만물, 인간과 역사 등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떤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가에 따라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태도가 달라진다.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 안경, 곧 그의 세계관이 그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 어떤 종교를 믿고 있느냐에 따라 그의 세계관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유교의 세계관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에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유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유교의 가치관이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원리가 되었으며, 삼강오륜이 인간관계의 근본을 이루는 것이었다. 유교의 관점에서 보면, 백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충성과 효도와 정절이었다. 이러한 공자의 가르침이 절대적인 권위를 가졌으며, 그의 가르침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옳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공산주의의 세계관이 지배하는 사회는 어떠한가? 유물론 철학에 바탕을 둔 공산주의의 세계관은 물질이 인간에게 가장 근원적인 것이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공산주의자들에게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 재산을 평등하게 소유하는 공산주의 지상낙원을 이루는 것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인류의 역사가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가르친 마르크스, 그리고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을 주도하여 성공한 레닌과 같은 인물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다.

현대인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세계관은 어떤 것일까? 현대인들이 공통으로 가진 세계관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현대는 다양한 종교와 다양한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시대이므로 다원주의 세계관이 가장 바람직한 것일까? 현대인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하나의 세계관은 없으며,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일까?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해마다 그 해 가장 큰 이슈의 주인공을 그 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선정해 왔다. 1999년은 21세기로 넘어가는 특별한 해여서 연말이 가까워오자 '타임'에는 '금세기의 인물(Person of the Century)이 누구일까?'라는 질문이 게재되었다.

금세기의 인물로 누가 선정될까? 참으로 의미 있는 문제라고 생각되어 깊은 관심을 갖고 어떤 인물이 선정될까 예상해 보았다. 알버트 슈바이처? 마하트마 간디? 마더 테레사? 마틴 루터 킹?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존경할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누구일까? 철학과 종교가 다른 사람들 누구나 좋아하고 그 권위를 인정하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 그 인물이야말로 금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세계관을 가진 인물이 아니겠는가?

1999년 12월 마지막 주 '타임'이 선정한 금세기의 인물은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었다. 그렇다.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을 최고의 권위로 인정할 것이다. 아무리 종교와 철학이 달라도 어떤 사람이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대인들에게 과학의 힘은 원자폭탄의 위력만큼이나 막강하지 않은가?

아인슈타인을 존경하는 현대인들은 과학의 세계관을 가지고 놀라운 과학문명의 성과를 누리며 살고 있다. 현대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지식은 과학의 지식이다. 그래서 학교의 교육과정도 과학의 지식을 담은 교과로 편성된다. 현대인들은 우주와 만물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 그리고 역사와 미래도 과학의 세계관을 가지고 바라본다. / 유원열 목사·전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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