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이익 전년 比 39.6% 감소…카드사 중 유일하게 실적 하락
'금융·데이터' 전문가 최원석 대표 내정…마이데이터 등 사업 다각화

[월요신문=김다빈 기자]비씨카드가 지난해 국내 8개 전업카드사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역성장을 기록했다.

매입사업에 의존한 사업구조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비씨카드는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데이터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내정하며 수익원 다각화를 노린다는 계산이지만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란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697억원으로 전년 대비(1154억원) 39.6% 감소했다. 이는 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카드를 포함한 8개 전업 카드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실적이 하락한 것이다.

이는 매입사업 위주의 사업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비씨카드의 주수익원은 가맹점 전표 매입 등을 대행하는 매입사업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입업무가 비씨카드의 전체 수익 중 차지하는 비율이 87.1%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가맹점 소비가 감소하며 비씨카드의 전체 매출 하락이 이어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비씨카드의 매입업무 수익은 2조20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2조2717억원) 674억원(3%) 하락한 바 있다.

다른 카드사들이 오프라인 가맹점 소비 감소에 따른 리스크를 자동차 할부금융, 리스사업 등 사업다각화로 상쇄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올해도 비씨카드의 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결제 패턴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는 만큼 올해도 매입사업의 수익은 하락이 예상된다. 또 지속 논의되고 있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침도 비씨카드의 리스크 중 하나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씨카드는 최근 전임 이동면 사장이 부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비씨카드는 '금융·데이터간 융합 전문가'로 평가받는 최원석 에프앤자산평가 대표이사를 지난 5일 내정했다.

비씨카드가 최원석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디지털·금융 플랫폼 시장을 선도해나가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최 신임 대표는 내정 당시 "마이데이터 시대에 비씨카드의 폭넓은 결제·커머스·금융 인프라와 KT그룹의 앞선 AI·빅데이터 역량을 결합하여 소비자 위주의 차별화된 결제·소비·금융 플랫폼을 구축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며 "기존 카드사업 부분의 경쟁력도 지속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비씨카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 운영에 대한 본허가도 획득했다. PG·VAN 7곳과 데이터 시너지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비씨카드 마이데이터 사업의 중심은 올해 8월부터 온라인 금융 플랫폼 '페이북'을 통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QR코드로 간편결제가 가능한 비씨카드의 페이북. 사진=비씨카드 
QR코드로 간편결제가 가능한 비씨카드의 페이북. 사진=비씨카드 

페이북은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와 여행·문화·골프 등의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이다. 지난 2017년 출시한 이후 서비스 영역 확장을 통해 최근 누적 가입고객 1000만명을 돌파할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간편결제 시장에 '메기'가 될 확률은 높지 않다. 삼성페이·토스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KB국민페이 등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도 차별성이 적다는 것이다.

또 비씨카드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자산관리 서비스에 중점을 맞출 것으로 예측된다. 이 역시 카드업계 뿐 아니라 금융사들이 모두 같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씨카드가 데이터 사업을 통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려 하지만 매입사업 비중이 높아 실적개선을 단기간에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 카드업계 뿐 아니라 금융권 자체가 데이터 사업 구축을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다른 카드사들이 코로나19 위기 속 카드론 등을 통해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지만 비씨카드는 매입업무 위축과 신사옥 이전, 차세대 시스템 구축 등으로 실적이 감소했다"며 "단 올해 금융·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들을 구체화시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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