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1Q애자일랩', 스타트업 기술 교류 교두보 역할
하나벤처스, 1000억원 펀드 조성…민간 VC 최초 스타트업 경진대회 개최

[편집자 주] 금융지주사들은 지난 2015년부터 핀테크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4대 금융지주는 자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직접 투자를 늘리고,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키운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직접 성장시킨 기업들과 협업해 디지털 금융 고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진행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의 성과 및 이를 통해 수혜를 입은 기업 등에 대해 되짚어본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하나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지원은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1Q(원큐)애자일랩'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하나벤처스'를 통한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은 금융을 넘어 의약, IT, 엔터테인먼트, 소재·부품·장비 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핀테크 인큐베이팅 센터인 '원큐랩'을 개소하고 P2P대출과 크라우드펀딩,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이후 2017년 기존 원큐랩에서 원큐애자일랩으로 리브랜딩하고 긴밀한 협업시너지와 민첩함을 강조했는데, 이는 보수적인 은행권의 기존 업무방식을 내려놓고 빠른 판단을 지향하겠다는 의미다.

원큐애자일랩은 스타트업을 위한 개별 사무공간과 하나금융 모든 계열사의 현업 부서들과의 사업화 협업, 직·간접 투자, 글로벌진출 타진 등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한다. 지난해 10기까지 총 97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했고, 현재까지 다양한 성공 사례를 창출하는 중이다.

특히 협업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한 만큼, 지원 스타트업의 기술력은 그룹 주요 계열사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큐애자일랩 4기인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마인즈랩은 하나은행과 함께 대화형 인공지능 금융서비스 '하이(HAI)뱅킹'을 구축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모바일 금융 애플리케이션 '뉴하나원큐'에도 원큐애자일랩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9기인 리걸테크기업 아미쿠스렉스는 하나은행과 제휴를 통해 '차용증 송금' 기능을 제공했으며, 10기인 메사쿠어컴퍼니는 휴대폰 종류와 상관없이 얼굴 인증만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얼굴인증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서울시와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지원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스타트업 지원과 해외 스타트업 유치, 투자 IR 등 공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 원큐애자일랩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핀테크랩'의 교류를 통해 건전한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고 금융산업의 발전을 꾀할 계획이다.

2020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소재 스튜디오블랙(STUDIO BLACK)에서 열린 제2회 초기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왼쪽)가 대상을 수상한 김운연 피트메디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2020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소재 스튜디오블랙(STUDIO BLACK)에서 열린 제2회 초기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왼쪽)가 대상을 수상한 김운연 피트메디 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벤처스는 '사람과 기술 중심의 투자, 벤처와 함께하는 금융'을 목표로 지난 2018년 12월 공식 출범했다. 출범 이듬해 6월 1000억원 규모의 '하나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펀드'를 조성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투자를 집행했다. 국내 VC가 설립 후 첫 번째 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것은 업계 최초로 꼽힌다.

지난해 7월과 12월에는 '초기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국내에서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 벤처캐피탈이 개최하는 최초의 스타트업 경진대회로, 창업 3년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들이 기술력과 사업모델만으로도 실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차례 열린 경진대회에는 총 600곳이 넘는 스타트업이 응모했다. 하나벤처스는 수상한 스타트업 10곳을 대상으로 업체당 최대 10억원까지 투자를 단행했다. 하나벤처스는 이 행사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매해 상·하반기에 걸쳐 정기적으로 개최할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다양한 산업분야의 파트너와 제휴 비즈니스 추진을 위해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며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함께 할 미래 파트너를 찾기 위해 앞으로도 스타트업과의 상생 기반 협업에 노력을 다하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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