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보유세의 산출 근거가 되는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평균 19% 올렸다. 2007년(23%) 이후 14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세종시가 71%, 경기도가 24%, 서울·부산·대전이 20% 오르는 등 10개 광역시·도의 공시가격을 두 자릿수로 인상한다.

이로 인해서 국민들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의 보유세 부담이 커졌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의 수급자격과도 직결돼 후폭풍이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보유세 인상은 고정 소득이 없는 은퇴생활자들에게 치명적이다. 빚을 내서 세금을 내거나 집을 팔고 외곽으로 이주해야하기 때문이다.

공시지가 급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국민들이 지게 된다. 정부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에 국민을 외면한 채 꼿꼿이 갈뿐이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공시지가가 오르면 그에 연동되는 건강보험료는 자동으로 따라 오른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820만 가구 중 자영업자 127만 세대의 건강보험료가 오는 11월부터 인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9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지역가입자의 평균 건보료는 13.4% 인상된다.

현금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 2만명이 월 12만원가량의 건보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소득 하위 70%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지급하는 월 30만원의 기초연금도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6억5000만원을 넘으면 수급 자격이 박탈된다. 공시지가 상승률이 5%대였던 2019년에도 1만5000명이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상실했는데, 이번에는 그 몇 배가 수급 자격에서 탈락할 것이다. 또 공시가격 급등으로 연말정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종부세 대상인 9억원 초과 주택은 52만4602채로 작년보다 70%가량 늘어난다. 서울은 전체 공동주택의 16%인 41만3000가구에 이른다. 서울 등 수도권에 집 한 채 소유하면서 연금 외에 소득이 없는 은퇴생활자나 '영끌' 대출로 간신히 집 한 채를 마련한 젊은 층이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자명할 일이다.

예를 들어 올해 17억1000만원(공시가격 12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보유세가 지난해 302만원에서 올해 432만원으로 약 40% 오른다. 이 중 종부세는 18만원에서 68만원으로 4배가량 치솟는다. 이쯤 되면 세금이 아니라 벌금에 해당하다. 정부는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재산세만 따져 세수가 36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고정수입 없이 집 한 채뿐인 은퇴자들은 더 타격이 크다. 미실현 수익을 빌미로 세금이 오르는 것만도 부담하기 어려운데 누려오던 각종 혜택을 못 받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누가 이렇게 부동산 가격을 올려놨는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이렇게 부동산 가격을 올려놓지 않았는가? 공시지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매년마다 고정적으로 세금을 벌금처럼 납부해야 하는 현 상황을 보면서, 국민을 위한 정부가 맞는지 되묻고 싶다.

이는 대통령·국회·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등 모든 권력이 한쪽 정당으로 힘이 쏠려서 국민들은 안중에 없이 권력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듣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선거에서 새로운 정당을 선택하고 투표권을 행사하면 된다. 다가오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국민들의 생각이 반영될 수 있게 현 정부의 따끔한 심판이 필요해 보인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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