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의 유령 청사 건립과 직원들의 세종시 아파트 특별 공급 분양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혈세 171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새 청사를 지은 후 방치했다. 그 사이 직원 49명은 특공 아파트 분양 혜택까지 누린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에 따라 특공 아파트가 '공무원의 재테크 수단'이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시작된 세종시 아파트 특공으로 공무원과 공공 기관 직원이 분양 받은 물량은 총 2만6000채가 넘는다. 현재 세종시 특공 아파트 시세는 분양 당시보다 2억~5억원 정도 올랐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특공으로 수억원씩의 시세 차익을 올린 관평원 소속 공무원 49명뿐만 아니라, 새만금개발청과 해양경찰청,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특혜 시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해경청 직원 165명과 새만금청 직원 46명 등이 2~5년간 세종시 근무 중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인천과 군산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8월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전하는 중기부는 정부가 특공자격을 제한키로 한 '3.29 대책' 발표 70여일 전인 1월 15일 이전 고시를 발표, 공무원들이 특공 자격을 그대로 유지됐다.

'집값은 반드시 잡는다'던 정부 약속을 믿고 주택 구매를 미루다 '전세 난민' 신세가 된 무주택자들로선 극심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오래전부터 '공무원 특별공급'의 문제점이 지적돼왔음에도 일부 혜택만 축소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국토교통부 등 주무부처 책임이 가장 크다. 노형욱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마저 인사청문회에서 특공 재테크에 대해 사과했을 정도니, 특공 기회를 이용한 재산 불리기가 공직 사회에 얼마나 만연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집값 폭등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가 큰 상황에서 특공의 문제점을 뜯어 고치지 않은 채 제도만 고수한다면 공무원 사회에 대한 국민 불신과 위화감을 증폭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아파트 값 상승의 반사이익을 안게 된 것은 의도적 행위가 아니지만 법과 제도의 허점을 틈탄 공무원만의 '로또'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공급된 세종시 아파트 11만780가구 중 공무원 몫은 2만6163가구(24%)에 달했다. 다주택 공직자 19명이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를 매각해 얻은 평균 차익이 4억에 육박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부는 되새겨 보길 바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은 이번 파문은 공직 사회의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러잖아도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 기관의 방만 경영이 심해지고 있다. LH 등 10대 공기업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은 2016년 말 1조750억원에서 2019년 1조2151억원으로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공기업의 영업이익은 23조원에서 7조원으로 급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철저히 파헤치고 대수술을 통해 환부를 확실히 도려내야 한다. 관평원 직원 특공이 가능했던 것은 모호한 공급 기준과 느슨한 처분 조건 등으로 제도에 구멍이 숭숭 뚫렸기 때문이다. 특공 실태 전반을 점검해 허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유령 청사 문제에서도 세금을 낭비한 경위를 낱낱이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정부는 이 기회에 세종시에 살지 않으면서 차익을 노려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공직자가 있는지, 모든 정부기관으로 대상을 확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기 바란다. 더구나 민간기업까지 특공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하니 그 부분까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들은 특공 제도를 이대로 존속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공무원들에게만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면서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것은 물론,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팔도록 하는 강제조항도 두지 않은 것은 일반 국민들로선 꿈도 꾸기 힘든 특혜다. 특공이 공직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실태 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근본적인 제도 정비에 나서길 바란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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