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증권업계 순익 1위 탈환
일회성 비용 제외하면 순이익 차이 미미
카카오뱅크 IPO vs 단기금융업 인가

[월요신문=김기율 기자]한국투자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올해 1분기 증권업계 순이익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에서 사명변경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올해 순이익 1위 타이틀을 둘러싼 양사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35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분기 최대 실적(2958억원, 2020년 2분기)보다 18.5% 늘어난 수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주요 시장 증시가 하락하면서 ELS 등 파생상품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 13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그러나 올해 1분기는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자산운용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거두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여건 개선에 따른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수익이 전분기 대비 각각 40% 이상 큰 폭으로 확대됐다"며 "IB 부문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대 수익규모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같은 기간 296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브로커리지 부문에서의 약진이 눈에 띈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2559억원으로 전년 동기(1432억원)보다 78.7% 급증했다. 다만 일회성 요인으로 사명 변경에 따른 영업외비용이 566억원 발생하면서 순이익 1위 자리를 한국투자증권에 내줘야만 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몇 년간 증권업계 순이익 1위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 시대가 본격화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순이익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에 1위 자리와 증권사 최초 영업이익 1조원 달성 타이틀을 내주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1분기 두 회사 모두 쾌조의 스타트를 끊으면서, 각 사의 성장 동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2분기 들어 증시 호조세가 다소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다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우선 시장은 올해 하반기 예정된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IPO)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31.77%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인 카카오의 지분 31.78%에 맞먹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의 공모 시가총액을 10조원 상당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하반기 카카오뱅크 IPO 시점에서 추가적인 수익인식이 가능해 실적 호조세는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예상 시총 20조원, 증자비율 10%를 가정할 경우 약 5000억원의 지분법 처분이익 인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발행어음업) 인가 최종 승인을 받으며 수익성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17년 7월 인가를 신청한 지 3년 10개월여 만이다.

발행어음업 인가를 획득하면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운용할 수 있다. 조달한 자금은 중소·중견기업 대출과 부동산 금융, 비상장사 지분 매입, 해외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 다각화를 위한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사명 변경 등 일회성 비용 발생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이익 실현을 통한 연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지난 5월 4일 단기금융업에 대한 인가 안이 통과된 만큼, 향후 발행어음을 통한 성장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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