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보다 13만1000원 오른 57만원에 마감
한앤컴퍼니, 오너 지분 전량 매각…집행임원제도로 경영 쇄신 나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기율 기자]남양유업의 주인이 홍원식 전 회장에서 한앤컴퍼니로 바뀐다. 오너리스크 해소와 경영쇄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회사의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회사를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로, 과거 웅진식품과 한온시스템, SK해운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전례가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로 직행, 전날보다 13만1000원(29.84%) 급등한 5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고가다. 이날 남양유업 우선주도 5만5500원(29.92%) 오른 24만1000원에 장 마감했다.

전날 공시한 주색매매계약이 호재로 작용했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 외 2명의 지분 전량(53.08%)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양도 대상은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로,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원이다.

대금 지급 시기는 선행조건이 완료된 후 13영업일이 되는 날, 또는 당사자들의 합의하는 날로 정했다. 단 당사자들의 합의가 없는 경우 오는 8월 31일을 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주식 양도 시기와 최대주주 변경 시기는 대금 지급시점으로 정했다.

오너 일가가 회사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되면서 그동안 남양유업 주가의 발목을 잡던 오너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평이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상품 강매 사태로 불매운동에 휩싸인데 이어, 회사 내 갑질 이슈와 비도덕적인 마케팅 방식까지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불매운동의 여파로 지난해에는 9536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달 13일에는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다룬 연구결과를 발표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홍 전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남양유업을 인수하는 한앤컴퍼니는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투자회사에 도입한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 적용한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사회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남양유업의 최대 문제로 꼽히는 오너 중심 경영체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과 한온시스템, 쌍용양회, SK해운 등 굵직한 M&A 통해 체질 개선을 이끌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기업 가치를 제고해왔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이번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남양유업의 이익잉여금은 8685억원, 공장 등 유형자산 규모는 3693억원으로 기업가치는 1조원 수준이라는 평이다. 이번 SPA의 주당 매각단가는 82만원으로 27일 종가(47만9000원)보다 높지만, 기업가치를 고려했을 시 저렴하게 매입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3년 웅진식품을 1200억원에 인수하고 5년 뒤 그 두 배 가격에 매각한 바 있다"며 "남양유업 역시 지배구조 이슈를 해결한 만큼, 실적 개선 이후 매각하면 최소 두 배 이상은 남기는 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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