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본인 또는 가족의 부동산 투기 연루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비례의원 2명은 출당하고, 지역구 의원들에겐 탈당을 권유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은 "무죄 추정의 원칙상 과도한 선제 조치이나, 불가피했다"고 했다.

권익위가 밝혀낸 유형은 세 가지다. 친족 간 특이 거래가 있거나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매도자가 채권자가 돼 과도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례 등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은 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 의원이다. 거주지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무연고 농지를 취득했으나 영농 흔적이 없는 사례 등 농지법 위반 의혹은 김수흥·양이원영·오영훈·윤재갑·우상호 의원이다.

가장 심각한 유형은 자신의 지역구 개발 사업 관련 토지를 매입하거나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 전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다. 김한정·서영석·임종성 의원이 해당된다. 민의의 대변자라는 국회의원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를 저지르고 이득을 챙겼다면 파렴치가 아닐 수 없다. 김한정·우상호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탈당을 거부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권익위의 발표에 여당 의원이 12명이나 투기에 연루된 것도 놀랍지만, 사태를 처리하는 여당의 행태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권익위 조사와 관련해 "결과가 나오는 그대로 발표하고 문제 있는 의원은 단호하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거나 "부동산 투기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송영길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은 "나가서 살아 돌아오라"고 다독이기까지 했다.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국회 비교섭단체 5개 정당도 지난 9일 오후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국민의힘도 하루빨리 동참하는 게 마땅하다. 명분 없는 감사원 카드를 고집하며 조사를 회피한다면 국민의힘은 부동산 투기 척결 의지가 없는 정당이란 걸 만천하에 자인하는 꼴이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을 포함해 공직자에 대한 부패 혐의를 조사할 권한과 시스템을 갖춘 중앙행정기관인 권익위가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감찰 권한이 없는 감사원을 고집하는 행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감찰이 아닌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억지라 보인다.

민주당 출신 전현희 전 의원이 위원장이어서 정치적 편향성이 우려돼 권익위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 정부기관에서 조사를 의뢰할 마땅한 기관이 없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보여진다.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이 국회의원들로 번진 상황에서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도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처리과정에 외압이나 경찰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한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의 결과를 어느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는가? 경찰에 대한 신뢰가 이러한데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 또한 그렇지 않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국민의힘을 포함한 야6당은 하루빨리 권익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그 결과를 토대로 민주당과 함께 투명성과 정당성이 담보되는 '특검에서 수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래야 모두 결과를 수용할 것이라 보여진다. 투명치 않은 경찰공권력의 수사결과를 국민들은 알고 있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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